향기를 담아 씁니다 - 오늘의 향기를 만드는 조향사의 어제의 기억들
김혜은 지음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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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를 담아 씁니다 김혜은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어릴 적 되고 싶은 유일한 꿈이 <조향사> 였다. 그냥 꿈에서만 그친 것은 아니고 실제로 비슷한 일을 해보기 위해 관련 학과에 진학했다. 물론 20년이 흐른 지금 조향사를 하고 있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고, 그래도 알게 모르게 가끔씩 전공을 써먹으며 살고 있다. 지금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 내 전공이 채용의 밧줄이 될 줄은 몰랐던 것을 보면 세상사 참 신기하다. 아무튼 조향사가 꿈이었던 청소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향을 사랑하는 향수 덕후로 자라나 버렸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은 다음 숨도 쉬지 않고 블라인드로 향수 3가지를 샀음을 고백한다.

개인적으로 알고있는 국내 조향사는 이성민, 오하니 정도가 있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센트위키>의 김혜은 조향사도 알게 되었다. 센트위키의 <오팔린 그린 28 퍼퓸>이 궁금해서 사이트를 들어가 봤는데, 샘플링 구입은 어려워서 지금 드릉드릉한다. 본품은 100ml.

책은 어려운 분자식이나 어떤 향료를 어떻게 구분하는지에 대한 복잡하거나 머리 아픈 이야기로 씌여있지 않다. 누구나 향기에 대해서 생각해 봤음직한 부드러운 이슈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향을 고르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내 이미지에 맞는 향을 고르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 있다. 작가님의 선택과 비슷한 이유로 나도 내가 좋아하는 향을 고르고 입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자신의 사진이나 평소의 아웃핏을 나열하고 어울리거나 향수를 추천받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한다. 물론 나도 향수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지니고 싶어서 뿌리는 제품이라는 사용설에 90퍼센트의 지분이 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손이 안가서 잘 쓰지 않게 되기 때문인데, 더 좋아하는 것들에 밀려서 향수장을 가득 채운 뒷줄의 녀석들에게 좀 미안하다. 내 방으로 들어가는 해가 제일 들지 않는 복도 끝에 향수 진열장이 있다. 놀러 오는 사람들마다 좀 군침을 삼키는데, 최근 사들인 향수의 양이 좀 많아서 제2의 장을 들여야 할 판이다. 향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이렇지 않은지 모르겠다. 변향 때문에라도 작은 용량을 다 사서 쓰면 좋지만, 어지간 하면 제일 큰 용량을 사게 된다. 이야기가 좀 샜는데, 내 이미지에 어울리는 향을 찾아 헤매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다지 싫어하는 향에 대한 불호가 적은 편이고, 뭔가 찰떡처럼 어울릴만한 향을 남들의 손을 빌려 치트키를 쓰는 게 아닌가 싶다. 작가는 이런 나에게 어울리는 향을 찾기 위한 시향의 과정을 꽤나 여러 번 해보기를 추천하고 있다. 비가올 때, 저녁일 때 낮일 때, 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등등 말이다. 향이라는 것은 후각이 대단히 싫은 것을 오랜시간 버텨주는 감각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를 것을 당부하면서 말이다. 책을 읽고 나처럼 블라인드로 들이는 사람의 경우에는 향수 광고 동영상을 보면서 그 향수가 표현해내고 싶은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면 좋다고 한다. 거기에 나의 경우는 프러그랜티카에서 해당 향수를 검색해보고 주로 사용된 노트나 전 세계인의 사용 후기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향수는 사바사(사람 바이 사람), 코바코(코 바이 코).

작가가 어릴 적 오렌지를 까면서 오렌지 본연의 상큼한 향이 아니라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난리를 쳤다는 모습에 조향사의 자질이 충분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책을 읽으며 에피소드를 따라할 마음에 향이 강하다는 황금향을 여러 개 까먹어 봤지만 나는 전혀 알데하이드를 느끼지 못했다. 나는 그냥 범인의 코를 가졌나보다.

이 외에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자주 하는 행동인 손목에 한 번 향수를 분사하고 양 손목을 비비는 행동에 대해서 정말 하지 말아야 할 행동으로 이야기해 주어 오늘 아침 향수 뿌릴 때도 엄청 신경쓰고 왔다. 이유는 탑-미들-베이스로 구성한 향조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손목에 뿌리고 비비거나 마찰을 일으킬 바에는 어깨나 쇄골부위에 뿌리는 것을 추천 받았다. 내가 아는 조향사는 팔등에 뿌리는 것도 추천하더라. 오늘 타바코 향이 나는 향수를 어깨에 잔뜩 뿌려봤는데 은은하게 괜찮은 것 같다.

사람들에게 어떤 향수 쓰는지 잘 물어보는 타입인가에 대한 물음도 나도 예스다. 좀 궁금하기도 하고 어떤 건지 나도 사서 경험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최근 요가 선생님께 좋은 향이 나서 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바카라 루쥬>인가요? 하고 여쭸는데, 아리아나 그란데 향수라고 하셨다. 물론 아리아나의 클라우드 외 여러 향수가 있지만 더 자세한 답변까지는 듣지 못했다. 최근에는 한 하우스의 향수도 워낙 여러 가지 버전이 나와서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디테일한 답변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질문에도 조금 조심스러워지긴 한다. 상대가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가 쓰는 향수 나만 쓰고 싶어 하는 <안알랴줌> 타입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별 관심 없이 선물 받은 향수를 쓰는 사람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에게 누가 물어본다면 어떤 하우스의 무슨 제품이고 부향률까지 친절하게 알려줄 자신이 있다. 그렇지만, 나는 발향력이 안 좋은 사람이라 거의 그런 말은 못 들어본 나만의 만족을 위해 뿌리는 향덕후다. 책은 향기와 향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오늘의 향덕후는 또 새로운 향수와 함께 행복해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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