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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하우스 - 한국 드라마 EP 이야기
김일중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10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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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하우스 - 김일중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세상에는 많고 많은 직업이 있다. 그리고 감독이나 PD로 불리지 않는 이른바 명드를 기획하는 EP가 있다. 이는 제작비를 투자해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 제작을 주도하고 감독과 협업해 프로젝트를 이끄는 사람을 말하며 이규제큐티브 프로듀서 (Executive Preducer = EP) 라고 불린다. 지금 넷플릭스라는 OTT 플랫폼에서 <오징어 게임>을 비롯한 많은 한국 드라마 작품이 인기다. 이것을 기획 발굴하고 만들어낸 10명의 EP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먼저 많은 제작사들이 한 번에 기획에서 제작 그리고 독립성과 확장성을 엿볼 수 있는 OO스튜디오라는 상호를 많이 사용하더라. 확실히 사명에서 정체성을 찾으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보면서도 이런 내용이 드라마화 되도 되는건가 싶었던 <인간수업>을 제작한 스튜디오329의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확실히 공중파에서 될 수 없는 소재와 표현, 높은 수위까지 신선함과 섬뜩함으로 인간수업을 본 기억이 난다. 청소년들에 의해 행해지는 성범죄와 그 악의에 대해서 생각해봤던 기억이 난다. 아마 이렇게 마이너한 소재를 다루지 않았다면 나 같은 사람이 봤을리 없다. 확실히 이제는 대중들 중에서도 전 세계를 통틀어 1%만 관심 있어 하는 독특한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도 팔리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신인 작가들이 끊고 싶은 데서 끊고, 더 끌고 싶은 부분에서 더 끌고나갈 수 있는 실험적이고도 어찌보면 서사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살아남는 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방송사에서는 광고주들의 PPL을 받아서 붙이라면 붙여야 하고, 전혀 재벌이 등장하지 않을 것 같은 죽집에서 사업이야기를 하는 등 눈치를 봐야하고 세계관이 붕괴될 법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 딱 50분 16부작 편성을 따오면 그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 프로크루스테스가 지나던 과객을 재워주며 침대 길이에 맞춰 다리 길이를 자르거나 늘려 죽이는 것처럼 드라마라는 과객의 길이를 딱 50분에 맞추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상파만 봤을 때는 이게 이상한 줄을 몰랐었다. 그렇지만 이제 다양한 플랫폼에서 각 편마다 재생시간도 제각각인 드라마를 보다보니 이상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게 기성 작가들도 기함하게 한 16부작 드라마의 비밀이라는 것도. 자유로운 시간과 표현 덕에 더 많은 신인작가가 드라마 현장에 투입될 수 있고, 이야기만 이끌어 나갈 수 있다면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많은 EP들이 새로운 작가를 다독이고, 싹에 물을 주고 있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다. 최근 많은 드라마들이 웹툰 원작을 가져다 대박을 내고 있는데, 설명하기 좋고 피칭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오리지널 스토리를 더 발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튜디오들 마다 IP를 온전히 가져오는 것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다.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드라마를 만드는 방법이 아이돌 서바이벌 같은 피칭시스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년에 400편 정도 피칭하고, 거기의 우등생들을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고, 파일럿에서도 성과가 좋으면 정규 시즌이 된다. 정말 철저한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느낌이었다.
늘 편안하게 침대에서 하루의 마지막을 보내며 보는 드라마 세계를 구축하는 큰손들의 고군분투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각 프로덕션의 추구하는 바가 이렇게 다르구나. 수장들에 따라 접근방식도 한국드라마의 미래의 청사진도 조금씩 다른 부분을 볼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