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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랭루주에서 왔습니다
최난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11월
평점 :

물랭루즈에서 왔습니다 - 최난영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임도희가 락앤락 통에 소중한 것을 들고 물랭루즈 앞에서 테이저건을 맞은 시점부터 시작된다. 문득 마약사범으로 낙인찍히는 거 아니야 라고 오해 했는데 결국 현지 경찰을 비롯 윤의 스토리에 감화되는 따뜻함으로 마무리 된다. 일단 <그 것>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비행기를 탈 수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지만 프랑스 현지에서는 탄저균을 퍼트리는 사람의 과잉진압으로 논란을 낳는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최근에 폭탄 테러범으로 오인된 정신이상자가 14발인가 실탄은 맞아서 중환자가 된 뉴스를 봤는데, 아마도 실제 사건이었다면 말도 안 통했을 거고 테이저건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옛날에 봤던 거기는 경찰이 무자비하게 총 들고 있던 곳.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어디서 왔냐는 물음에 <물랭루즈에서 왔습니다>라고 대답하는 도희. 거기서부터 사랑은행 사거리의 풍차가 있는 건물 물랭루즈에서 윤과 김 그리고 도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고즈넉이엔티 출판사의 소설들을 좋아한다. 따뜻하기도, 기상천외 하기도, 다양한 작가들의 스펙트럼도 넓은 이야기를 발매해 주어서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도희는 계속 못생긴 여자라는 설정이 주어져서 조금 슬펐다. 극의 후반에는 결국 외모와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본인의 역량까지 객관화 되어서 다행이지만, 참 치이는 캐릭터였다. 어릴 적에도, 망할 년인 친구 은정한테도 말이다. 보증금을 대고 친구인지 시녀인지 모호하게 지내는 자취생활부터가 답이 없었다. 내 전 남친을 뻔뻔하게 사귀는 친구와 자취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건 자본주의의 보증금이 없기 때문이었지만 실로 도희가 물러터진 캐릭터기도 하다. 이러저러한 불편한 연애 관계와 갑질로 맞물려 새로 지낼 곳과 알바장소가 필요했고, 우연히 오게 된 곳이 물랭루즈다. 원래는 금방울 술집이었는데, 윤이 인수하면서 캉캉을 출 수 있는 무대와 의상실을 갖춘 그리고 이름답게 실제 돌아가는 풍차를 무려 거금 삼천만원이나 주고 만들어놓은 자신의 꿈을 위한 발판이다. 윤은 다리가 불편하지만, 그래도 가지고 있는 꿈을 언제까지나 잃지 않는다. 윤을 보며, 인생이란 좋은 사람을 더 만나는 것 보다 개 같은 놈들을 덜 만나는 게 나은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나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 비뚤어진 사람에게는 이상한 마음을 먹게도 하나 보다.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라면 망치겠다는 세상 끌어내림의 법칙일까. 이런 놈들을 잘 거르자.
도희는 의상학과라서 윤의 공연 의상을 수선해주는 일로 만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오갈 곳 없는 도희가 몰래 머물게 되고, 나중에 윤과 김 그리고 도희까지 오해가 생겨버린다. 책에는 다양한 사연의 다양한 결핍의 사연들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생각에 남들의 오해에도 묵묵히 견디는 사람. 사람들의 억측을 막아주지 못해서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을 보살피지 못했다는 죄책감. 하기 싫은 일이지만 대충 이정도 하면 먹히겠지 싶어서 계속하는 사람. 남들의 말만 듣고 괜한 정의감에 휩싸여서 남을 해꼬지하는 사람. 다들 견딜만한 시련이기에 주어지고 그 뒤로 단단해지긴 한다. 그렇지만 남들에게 믿었건 안믿었 건 뒤통수친 사람들과의 경험에서 내 인격적 성숙만을 바란다는 건 그것도 나름대로 고구마 결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양한 인물들이 계속적으로 등장해서 실종사건, 살인사건, 이 시대의 돌봄, 그리고 지긋지긋한 조별과제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인성과 소문이라는 주제 아래서 빙글빙글 돌아간다. 거기에 윤의 돌아가긴 하지만 계속 전진하는 물랭루즈에 대한 꿈까지. 한 사람의 꿈과 열망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따뜻함을 보고 싶다면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