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인생 앤드 앤솔러지
권제훈 외 지음 / &(앤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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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인생 - 권제훈 외 4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책의 표지는 빽빽한 집들로 채워져 있다. 그렇지만 서울에 내 집 하나 없다는 느낌 서울에 살고 있는 절반이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당신에게 <>이 주는 느낌은 어떤 것에 가까운지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거의 다 초면인 작가들의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앤솔로지 다섯편이다.

처음 만난 권제훈 작가의 <오꾸빠 오꾸빠>는 분량을 다 읽어가는 동안까지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새로 생긴 은어인가, 줄임말인가 혼란했다. 주인공이 하는 것은 부인과 임장을 다니면서 얼마나 집을 오랫동안 보는가에 대한 일종의 객기처럼 느껴졌으니까. 남의 집에서 집주인처럼 집을 보여주고, 그 사람들의 경제력을 부러워하고, 오꾸빠처럼 피자를 시켜먹고, 고작 세 시간 동안이지만 내 집 이었으면 하는 거실이 넓디 넓은 집에서 머무른다. 오꾸빠에 대한 의미는 모르고 읽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으니 소설을 읽으며 유추해 보시길 바란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합법이라면 생각만해도 싫다. 거의 영화 <퍼지>급이지. 그렇게 낭창낭창하게만 할 사람들만 있을리가 없지 않나. 결국 집에 돌아온 나는 좁아터진 내 집 내 거실에서 달리기를 시작한다. 엄청 작지만 소중한 나만의 공간. 아래층은 필로티라 남들에게 피해를 안주는 유일한 주인공의 모습이었다고 느꼈달까.

두 번째는 김성준 작가의 <유령들>이다. 읽으면서 아니 봉수 이 녀석 시험이 고작 일주일 남았는데, 찬호형이랑 싸우다니 대단한데. 그러고도 합격하다니 멘탈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하는 현실적인 생각에 씁쓸했다. 봉수야 원래 시험전에는 불의를 봐도 선생님들이 참으라고 하는데, 너는 참 대단한 친구다. 그리고 완전히 다른 직렬의 사람들끼리 종합반에서 만난 설정인데 거의 초시합격이면 똑똑하구나. 아무튼 국가유공자 가산점이 있는 찬호와, 알바를 전전해야 하는 간달프와 공시 중에 돈까지 빌려야 하는 봉수의 처지가 참 대비되었다. 물론 자꾸 공무원이야기를 해서 그렇지만, 아마 실려있는 다섯편의 소설 중에서 제일 열악하고 도시를 보여주는 노량진 고시원을 보여줘서 더 공감했다. 옛날 생각도 나고. 나는 말하자면 환경적으로는 찬호에 가까웠는데, 결국 왜 안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모락모락 나고. 그래도 어떤 집에서 어떤 생활루틴으로 어떻게들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준 소설이라 잘 읽었다. 여전히 도전하는 청춘들, 사연이 있는 사람들은 남들과 집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공유하면서 산다.

마지막으로 임국영 작가의 <옵션, 없음>은 집이라는 존재를 소유한 사람이 무언의 부담을 줄 수 있는 심리적 갈등을 잘 그린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예전에 사귀었고, 같이 살았던 해수에게 다시 동거제의를 받은 나. 오년이나 지났지만 그리고 다시 사귀는 것도 아니지만 동거제안을 수락한다. 예전에 내가 했던 잘할게를 해수가 하고,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두 사람. 결국 사람에게는 각자의 공간과 자본주의와 애정과 적당한 무관심이 필요하구나 하고 절절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또 한가지 끝난 사이는 무튼 다시 잘되기는 거의 불가능한거구나 꿈깨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까 다시 안그러겠지 하지만 인간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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