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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비위 맞추기는 이제 그만 - 눈치 따위 보지 않고 나답게 유쾌하게 사는 법
황위링 지음, 이지연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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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비위 맞추기는 이제 그만 – 황위링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최근 나도 모르게 방문객의 휴지를 손으로 받아서 버려줄 뻔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문득 단지 물 마시러 온 나그네에 불과한 사람에게까지 이렇게 친절한 척을 나는 하려고 하는가 흠칫 놀랐었다. 그 분께서 정말 온전히 그냥 거절하고 나가주셔서 다행이었지. 제목처럼 왜 이렇게 내가 남의 비위를 맞추려고 뼛속까지 노예근성이 자리 잡은 건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 생겼다. 분명 전 회사에서 간이고 쓸개고 다 빼놓고 아부의 화신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 원인일 터. 나의 내면에는 내가 이 사람의 비위를 맞추지 않으면 일 적으로 힘들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 그러건 아니건 일은 일이고, 사람은 사람으로 대해야 하는데, 지독히도 졸렬한 사람은 많기 때문에. 나만 해도 내가 당연히 지시한 일을 이런저런 핑계로 쳐내는 사람을 보면 다음번에 곱게 보이지 않는다. 아마 비위 맞추기에 능한 사람은 이런 불편함이 싫어서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본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부 다 자기 고백을 하려니까 매우 부끄럽다.
나를 보는 친구들은 그런 부당한 경우가 있을 때 내가 수긍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자체가 상대방에게는 의견이 합의된 인상을 주는 것이라 했다. 책에서는 남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의 내면에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가 살고 있다고 한다. 요새 말하는 공포에 질린 금쪽이일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을 알고 타인에게 자신이 원하는 피드백을 받는 방법을 알 때 그 사람의 통제력은 더욱 강해진다. 내적 통제력의 강화는 안정감을 가져오고, 결국 비위를 맞추는 행동을 자신이 계속하는 것이 옳은 가치관이라고 믿게 되는 이유가 된다고 한다. 결국 나는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합당하고, 이렇게 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아 라고 생각해 버리는 게 편하다는 말일 것 같다. 나도 보면 어떤 면에서는 대단히 싸움닭 체질인데, 어떤 면에서는 그냥 내가 조금만 양보하지 뭐 하면서 일에 치어 죽는 경우가 생긴 적이 많았다. 앞으로 돌아가서 이렇게 위태위태하게 얻은 안정감은 사상누각 같아서 몇 번은 잘 통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결정할 수 없다. 또한 내가 아무리 잘한들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이런 식으로 얻은 안정감은 결국 깨져버리기 쉽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표류하는 배에서 바닷물을 식수로 마시는 것과 같아진다. 더 많이 눈치를 보지만 결국 더 내가 원하는 피드백(안정이든, 애정이든, 기대감이든) 갈망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은가에 대한 결론은 간단하다. 세상의 이치가 의외로 간단한 것에 있지 않던가.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자신을 깊이 받아들여서 내면의 통제력을 키우는 것이다.
책의 앞부분에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와 관계에 5가지 논리에 대한 고찰에서 뼈맞았은 사람이 바로 나였다. 특히 관계의 마지막 장으로 갈수록 더 처참해지는데, 나는 12장 <존재와 사라짐> 파트의 사연자와 동일했다. 우리가 헤어지지만 않으면 나는 영원히 외롭지 않을거야라고 생각한 사람 말이다. 영원히 곁에 있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사람과의 관계도, 애정도, 관계도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한다. 새로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고, 발생하지 않아야 할 곳에서 피어오르기도 한다. 그러니 이를 관계의 정의에만 묶어서 생각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대의명분에 집착하다보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상대방인지, 관계라는 허울인지, 사랑인지도 모를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너무 사랑에 빠지면 이런 마음을 한번쯤은 다 먹지 않나 변명 한 스푼을 얹어본다. 서로 이타적인 마음이 없다면 사랑은 이뤄지지 않을 감정이니까. 나의 경우에는 나를 위한 변화를 내가 원해야 하고, 타인과의 선긋기를 의식적으로 행해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네가 너무한 것 같다고 얘기해도 나 자신이 원해서 바뀌고 싶지 않은 거라면 의미가 없다. 자기가 느껴야 하고, 변화할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제일 첫 번째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