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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골드러시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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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골드러시 - 고호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나에게 아마 증조부가 남기신 112억원 어치의 금괴가 있다면 어떨까 하고 상상하며 읽었다. 재미있어서 읽고 나서 바로 재독했다. 처음에는 빠르게 금괴를 찾는 여정에 몰두했고, 재독에서는 인물들 간의 연결고리에 더 집중해서 읽었다. 비슷한 내용은 아닌데, 원래 자기에게 갈 물건이 갈 곳으로 갔다는 점에서는 <N분의 1은 비밀로>라는 책도 생각났다. 갑자기 생긴 재물에 대한 각자의 욕심으로 참여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결국 물건도 인생도 필연적인 만남이 있는 건가 하는 이야기로도 들렸다. 돈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들러 붙고 들러붙는데, 다 거기에도 사연이 있다는 것.
아무튼 할머니의 옛날 옛적 라떼 자랑이라고만 여기기에는 환율이나 썩어버릴 위험 없는 금괴가 아른아른 하다. 이미 이 좌표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나 (38세 경찰 10년차)만 아는 곳에 고이 잠들어 있는 상황. 물려버린 주식 덕에 할머니 유산으로 받은 임야 때문에 여동생과 정보를 공유했다. 자꾸 동복드립 나오는데, 동복드립과 동포드립이 얼마나 웃기던지. 지금까지 70년 넘게 정보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건 제목 그대로 금괴의 소재지가 평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떠난다. 평양으로. 금을 캐러. 달랑 두 명이서 1 키로 금괴 150개를 어떻게 들고 오는 것인가 했는데, 이건 반전이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밝히겠다. 사정이 있는 브로커 원씨, 꽃제비들의 수장 애꾸, 토대가 뒤집혀버린 손향 각 인물들이 각자의 인생을 풀어낸다. 생각해보면 다들 각자의 몫으로 원하는 바가 분명하다. 내 동복동생 인지도 패리스 힐튼이 쓰는 냉장고도 사고 싶고, 아프리카 여행도 갈 것이라고 한다. 원씨도 압록강 보이는 아파트를 칠억 주고 재테크 하겠다는 열망이 있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이 골드러시를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돈이란 것은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할 수 있는 토대가 되니까 그 자체로 좋은 것이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기차로 평양 땅을 밟고, 아파트에 잠입하고, 땅을 판다. 그리고 결국 그 자리에는 금이 있었다. 나도 나중에 뭔가 파뭍을 일이 있으면 이제는 구글 지도를 통해서 위도 경도를 잘 찝어서 메모해둬야겠다는 생각을 철없이 해봤다. 물론 파묻을 만한 건 금반지 정도의 금이겠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북한에서의 총격전과 인물들 간의 배신과 배신으로 재미있었다. 인지에게 배달 온 그 비싼 냉장고가 허황된 꿈은 카드값으로 남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려줬다. 매주 로또를 사는 게 현명할지, 금테크로 0.001g 이라도 금을 사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 한주의 희망을 사는 편이라면 로또일 테고, 복리에 희망을 걸려면 금이겠지만. 이 소설 역시 드라마화 되어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고호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드라마화 된다고 해서 읽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