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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레스토랑 - 오지랖 엉뚱모녀의 굽신굽신 영업일기
변혜정.안백린 지음 / 파람북 / 202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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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레스토랑 – 변혜정, 안백린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비건식당이지만 비건을 내세우지 않게 된 레스토랑에 대한 이야기다. 서초동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3층에 위치한 <천년식향>이다. 요새 채식을 위주로 하는 나에게 새로운 미각의 세계를 보여줄 것 같아 사용하는 지도 어플리케이션에 얼른 별표로 메모를 해두었다. 그런데, 책장을 계속해서 넘기며 가볼까 말까로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그 이유는 이 불편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장님의 의도와 지속가능성을 온전히 내가 이 곳의 음식과 신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계속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값비싼 음식의 값과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느라 일회용 휴지나, 물티슈도 사용하지 않는 곳이다. 마리아쥬(페어링)를 중요시 생각하기에 음료는 꼭 주문해야 하지만, 깨지거나 이 빠진 접시를 그대로 사용하는 레스토랑을 말이다. 내추럴 와인만을 전문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수입사도 겸하는 서버인 엄마사장님의 말에 따르면 린세프의 음식들은 내추럴 와인과의 궁합이 제일 잘 맞는다고 한다. 그냥 음식만 먹었을 때는 짜거나 간이 세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소믈리에의 추천을 받아 결합되는 환상의 케미가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 케미를 100%느낄 수 없는 나 같은 논알콜러들에게는 조금 안타까움이 스민다. 최선을 맛볼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일까. 책을 계속 읽으며 나도 생각했던 것을 주인장도 생각한 점도 있고, 전혀 다른 관점인 경우도 놀라서 사람은 역시나 이렇게나 다르구나 하고 깨달았다. 린쉐프의 차량 도색과 리모델링에 대한 개인적 사견이라면, 아마 전장도색을 공용주택인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감행해서, 그 사진을 보고 놀라서 팔로워가 떨어진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내가 사진을 보고 제일 놀랐던 점이 바로 옆에 주차되어 있는 차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효음식답게 초파리가 증식 많이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지만, 바틀을 시킨 손님의 마지막 잔에 초파리가 나왔다면, 내가 손님이라면 이미 마신 그 와인 전체에 대한 감흥이 사라져버려서 한 잔을 따로 서비스 받았다 한들 마음이 완전히 괜찮지는 않았을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쓰레기와 탄소발자국과, 공장식 도축과 지구를 살리는 것이 결을 같이 했다가, 어떤 주제에서는 이렇게까지 한다고? 하는 마음이 계속 일렁였다. 내가 생각하는 마지노선은 여기까진데, 여기는 120% 실천하네, 아니면 내기준의 50%밖에 되지 않네 하는 부분도 있고. 이건 잘되었지만, 이건 내 생각에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야 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많았다. 사람의 생각은 다 다르고, 일견 몸으로 부딪혀서 장사를 해보니 강단에 섰을 때 얼마나 자신이 특권의 위치에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는 말이 소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모든 불편함과 주인장의 하소연을 다 들은 후에도 여기서 개발한 당근요리는 먹고 싶어졌다. 린세프가 최초로 연 사찰음식을 컨셉으로 한 당근요리인 <토끼의 사찰>인데, 당근이 어디 들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맛있다고 하니 궁금해졌다. 지금의 메뉴 이름은 <Better than Sex> 이다. 어디 진짜 그런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손님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지만 직원들의 아우성으로 6개월 만에 사라진 캔버스와 물감이 재현된 <You are the aritist> 라는 음식이 매우 궁금했다. 진짜 입안에서 퓨레들을 섞어 맛보면서 그려지는 느낌이 예술 같을지 말이다. 아직도 천년식향의 가격 때문에 선뜻 최소 10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렇게도 열심이고 지향하는 바가 뚜렷한 곳이라면 경험해보는 것도 경험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