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신 날
김혜정 지음 / 델피노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눈이 부신 날 김혜정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김혜정 작가의 책을 두 번 째 만났다. 그래서 <내가 헤비메탈을 듣는 방법>이 더 반가웠다. 지난 책인<한밤의 태양>중에서 <헤비메탈을 듣는 방법>의 번외편 이야기라 아마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같이 읽어보면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프리퀄이라고 하긴 그렇고, 세계관이 확장된 같은 이야기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재미가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몰라도 그 하나의 작품으로도 괜찮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친구가 음악을, 그리고 다소 청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헤비메탈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에게 답이 될 것이다. 물론 대답은 조금 슬픈 남들과는 다르게 음악을 느끼는 것이라는 이유가 담담하게 그려진다.

제일 재미있게 읽은 것은 <>이다. 어느 날 갑자기 머리에 이상하게 뿔이 솟아나게 된 나(정훈). 안 그래도 휑해진 정수리가 넓어져 대머리가 될 까봐 걱정인데, 갑자기 머리가 불룩해지다니. 처음엔 뇌종양일까 걱정했는데, 그나마 뿔이라고 하니 조금은 안심하지만, 달라진 외모만큼이나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세상은 랜덤으로 운을 내려준다는 말을 곱씹었다.

그리고 늘 언덕에 운동하러 올라서 핑크빛 하늘을 보는 나는, <사랑한다는 말>의 주인공처럼 사람들에게 당혹스럽더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사랑 고백을 해온다면 그 진위에 대해서 의심을 할 나이지만. 결국 하나의 사랑을 찾고, 다시 세계가 전으로 돌아오는 전개도 괜찮았다. 아직도 노을이 지며 핑크빛으로 저무는 하늘을 보면 내가 나에게 사랑고백을 한다. 감성에 젖었다고 해도, 셀프 사랑이 제일이라니까.

미래 세상의 빠른 이동수단인 <바람>을 가지고 이야기한 판타지 소설 <바람이 지나가면>도 사람들 간의 물리적 거리와 삶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어릴 적부터 늘 갖고 싶었던 초능력이 뭐냐고 하면 순간이동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휙 놀다가도 책상 앞에 앉아있거나. 저기서 놀다가도 바로 내 방으로 이동하는 그런 능력이 그때는 제일이라고 생각했다. 멀리 떠나 있어 보면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가까이 있다는 것의 소중함이다. 내가 가고 싶을 때 보고 싶을 때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이제는 잘 안다. 집에서 학교를 다니며 모니터로만 사람들을 느끼는 아들(미래 인류)이 사람들과 부대끼는 학교에 진학하게 된 게 나만 우려되는 것일까. 군대조차 부대끼고 싶어 간다는 것은...남자들이 읽으면 어떻게 느낄지는 모르겠다. 전우애라는 것은 역시 같이 지내야만 생기는 것일까.

또 한편의 미래이야기인 <1%의 로봇>도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어떤 차이에서 오는 것일까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나는 분명 사람이었고, 몸의 일부만 바꿨을 뿐인데 이제는 로봇이 되어버린 것이라니 말이다. 나의 어떤 점이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인가에 대해 T는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인간로봇 같은 사람으로 불리는 범주의 대명사라서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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