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이용약관
케이시 지음 / 플랜비 / 2023년 9월
평점 :
절판





 

내 마음 이용약관 케이시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을 하려고, 옷을 다 챙겨입고 안경을 집어들었을 때 안경 다리가 부러진 것을 알았다. 뭔가 실소가 나거나 화가 난다기 보다 그래 나는 안경이 없으면 안되는 사람이지 라는 것을 깨달았달까. 그리고, 급히 여분의 안경을 찾아서 안경다리에 스카치 테이프를 빙빙 두르고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나를 칭찬했다. 올 봄에서 여름으로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때에 렌즈를 써보겠다고 용을 쓰다가 결국 눈의 구조상 안경을 다시 맞췄기 때문이다. 이렇게, 쓸데없는 쇼핑을 많이 하는 나에게 오늘과 같은 행운이 있다는 건 그것 또한 나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 이용약관>에는 어떤 조항을 넣어야 할지 생각했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한다. 쓰는 것 보다는 읽는 것을 두배쯤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같은 물건이 있더라도, 혹여 안 쓰더라도 쟁여두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바라보는 곳은 미니멀한 풍경을 동경해서 그렇게 2배수로 사면서 1개씩 비우기를 실천한다. 그것도 사는 것은 부피와 놓을 곳을 고려안하지만, 버리는 것은 쩨쩨하게 작은 것만 버리고 있다. 안사면 소비 0원인데, 사는 기쁨과 버리는 기쁨을 다 가지려고 하다 보니 죽도 밥도 안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맥시멀의 나도 사랑하고, 거기에 정신차려 미니멀하려고 하는 나는 더욱 더 칭찬한다.

자기비하나 불안에 떠는 것 보다는 어지간하면 칭찬과 격려를 더 해주라는 말에 따스한 기운을 얻었다. 나도 5세반 아이들처럼 낮잠만 자도, 밥투정만 안해도, 똥만 싸도 우쭈쭈 해주는 선생님이 안계시니 내가 나에게 해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안그래도 회사에서 혼잣말이 늘었는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았음 좋겠다.

또 내가 좋아하는 곳으로의 행동반경을 늘려보라는 말에, 업무시간에 몰래 그 곳에 당장 갈 것처럼 손글씨를 적어보았다. 타이핑으로 쳐도 되고 나와의 채팅에 잊지않게 올려둬도 되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가 가고 싶은 곳, 그 곳을 그리는 과정은 꼭 손글씨로 하고 싶었다. 최근에도 메모를 하고, 다이어리는 손글씨로 쓰는 아날로그 사람이기에 익숙하다. 남해 일주, 신안의 내가 좋아하는 팽나무 보러가기, 군산의 선유도가 좋다는데 거기도 보러가고 싶고. 적다보니 벌써 훌쩍 10군데가 넘었다. 이제 완연한 가을로 넘어가는 중이니 단풍이 그렇게 예쁘다는 산악인들의 핫플레이스인 내장산도 가고 싶다. 물론 내장산은 잠깐 보고, 쌍화탕 거리에서 밤알이 가득한 쌍화탕을 먹고 싶은 거지만 말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보고 싶고, 지금 나에게도 만족하고, 그 두 가지 중에서 하나가 결핍될 때 몸서리를 치는 것도 나다. 그렇지만 보통은 집에서 그리고 밖에서 읽고 또 일고 쓴다. 기분이 처질 때는 역시 작가처럼 나도 몸을 움직인다. 명상도 하고, 요가도 하고, 산책도 하고, 도서관도 간다. 산이라고 하기는 뭣한 20분짜리 언덕에도 오른다. 확실히 몸을 움직이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우울함도 가신다. 나도 이렇게 나를 달래지만, 누군가 보고 싶거나 힘들다 하면 <내가 고기사줄게> 하면서 끌어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미약하지만 힘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 밥을 사더라도 자랑하면서 인정받고도 싶고, 자랑만 하는 사람에게 열렬히 맞장구 쳐줄 준비도 되어있다. 지금 다시 두 번째 코로나가 걸린 것 같은 컨디션이지만, 두 번째이면 또 어떤가 이겨 낼텐데! 나는 계속 나를 넘어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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