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의사의 사계절
문푸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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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의사의 사계절 - 문푸른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작가는 대학병원에서 인턴을 마치고, 전라북도의 한 섬에서 공중보건의로 1년간 복무하게 된다. 그 섬에서 지낸 사계절을 책에 담았다. 초반은 인턴으로 대학병원에서 사랑하는 그녀 J를 만나게 된 썰과 이후 연애담도 같이 진행된다. 초보의사이자 인턴생활, 대학병원을 박차고 나오게 된 이야기도 있다. 결국 군대를 위해 공중보건의 생활을 하는데, 이 공보의의 신분이 참 독특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병역 중이니 병역법의 적용을 받으면서 동시에 임기제 공무원으로 공무원법의 적용도 받는다. 마지막으로, 의사이기 때문에 의료법 적용도 받는데 이 세 가지 기준이 상충될 때 상당히 괴로웠다고 한다. 예를 들어 보건소장의 명령에 따라 공보의가 황제출장 예방접종을 해야 할 때가 그렇다. 이때는 보건소 직원이면 보건소장의 말을 따르는 게 적법이지만, 의료법상으로는 병원을 벗어난 곳에서 진료를 하게 되니 의료법상 위반이 된다고 한다. 앞서 말한 황제출장이란 외압에 따른 크고 작은 왕진이 있겠다. 외딴 섬에서 24시간 근무를 한다. 의사는 교대근무를 위해 2명이 배치된다. 관사에서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진료를 한다. 그렇지만, 일찍 일어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오전 7시면 이미 문의전화로 북새통을 이룬단다. 크게 아프지도 않은데, 와서 뭍으로 가야겠으니 헬기를 띄워달라는 사람도 존재한다. 실제로 싸움이나 급한 수술같은 폭력사건도 많아서 소주병을 깨고 서로 보건소로 달려온 사람들의 이야기도 섬뜩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육지처럼 둘 다 한꺼번에 치료해 줄 수 없는 상황. 이런 경우에 어떤 사람을 더 먼저 배에 태워 후송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환자가 억하심정을 품는다는 거였다. 나 지금 무시하냐고 하는 이야기가 나와 버린다는 것. 나도 다쳤고, 쟤도 다쳤는데, 왜 저 사람을 먼저 보내냐는 시비가 생겨버린다. 누가 봐도 소주병으로 머리를 맞아서 후송한사람이 먼저고, 병들고 깨버린 사람의 손이 나중인 것 같은데, 사람은 정말 다 자기 아픔만 아픔인가 보다. 이외에도 귀여운 에피소드라면, 각자 보건소 의사선생님을 모셔와서 식사를 대접하는게, 자신의 영역을 드러내는 것 같은 이야기도 있었다.

책은 섬에서 병역 때문에 원치 않게 섬에 들어온 의사를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그 나름의 상황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아픈 사람들을 돌보고,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의사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섬 생활이라는 게 녹록치 않음을 너무 잘 알겠더라. 섬을 나가고 들어올 때 모두 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폐쇄적이고, 더 눈밖에 나지 않아야 하는 상황이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다. 거기에 여름이면 관광객들 한 무더기에, 태풍으로 발이 묶이기도 하고 말이다. 원래 초고는 더 이야기가 날것에 가까웠다고 하는데, 이제는 책으로 조금 순화된 이야기만을 만나게 되어서, 초고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연애 이야기에 대한 묘사가 달달해서 인터넷 사이트에서 인기가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처음 사랑에 빠진 이야기의 묘사의 달달함에서, 그렇게 잠을 못자는 인턴생활에서도 사랑은 피어나는구나 싶었다. 거의 한 달 동안 하루 평균수면이 3시간이라는데, 의사쌤들 존경한다. 그런데, 겨울이 다가오면서 느슨해져가는 인연의 끈은 조금 덜 디테일해서 조금 아쉽다. 물론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찬란한 대비 헤어지는 순간은 어떤 미화를 더해도 모두가 100% 이해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병원에 자주 들락날락 하는 체질이라, 병원도 서비스업이지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낙도나 오지에서 이렇게 힘들게 애써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에 그 분들의 입장도 헤아려보게 될 수 있었다. 공보의로 지원할 사람들도 미리 읽으면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예방주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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