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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생일에 헤어졌습니다 - <혼찌툰>의 이별 극복, 리얼 성장기
남아린 지음 / 마시멜로 / 202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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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생일에 헤어졌습니다 - 남아린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울지 않을 것이다라는 결심을 했다. 물론 눈물이 맺혀서 책을 잠시 덮어야 했을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울지 않았다. 다시 책을 펴기까지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작가도 29 생일에서 30 생일까지 생생히 기록했듯이 나도 나를 위한 좋은 시간을 보낼 것이다. 책은 만화로 이어진 아직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공감되지 않는 책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누군가를 절절히 사랑했고, 그 기간이 생각보다 길었던 사람들에게는 한 꼭지마다 추억이 어려 있어서 펼치기 힘든 책이 될 수도 있다.
20대의 전부를 그 사람과 함께했기 때문에 그 시절 생각만 하면 그 사람이 자동적으로 재생될 수밖에 없는 것. 오랜 시간 함께한 사람이라면 어떤 느낌인 지 알 것이다. 그리고, 정말 세세한 추억, 했던 이야기들, 같이 갔던 곳,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그 사람 밖에 없는데 그 사람을 다시 만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절절히 공감한다. 그림자처럼 안개처럼 노을처럼 잔잔하게 배어 있다. 모래에 소금을 섞은 것처럼 크기로도 체로도 걸러낼 수가 없다. 심지어 그 사람의 색과 나의 색과 섞여버려서 지금의 나는 예전의 색도 아니기 때문에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 그 마음 이해한다.
왜 하필 생일에 헤어졌을 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어차피 돌아오지 않는 사람의
물음에 나의 생일 따위는 안위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늘 읽지 않는 사람의 안부를 궁금해 하고, 나는 계속 그 사람이 궁금한데 메시지를 읽는 정도의 노력조차 안하는 사람 그런 연애를 알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만큼의 정말 십분의 일도 안 되는 그 마음씀씀이. 물론 무응답도 응답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렇게 사그라드는 마음의 크기를 계속 확인하게 되는 일은 힘들다. 그걸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나를 보는 것은 더 힘든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헤어졌다고 말한 작가에게 생일 케이크를 들고 달려와 준 팀장님이
계시고, 친구들이 있고, 여전히 온전한 나 그 자체로 사랑받고 있어서 너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30살 생일이 되었을 때 29생일의 그림과는 너무 다른 생기있는 작가가 되어서 마음을 한시름 놓았다. 물론 그 기간 동안 백퍼센트 다 아물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늘 생각한다, 그 시간의 그 말들이 다 무슨 소용이었을까. 그게 이루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한걸까. 그리고, 책을 펴내게 되면서 그 때의 저며지는 마음들을 다시 꺼내 되돌아 봤어야 했을 마음을 생각하면 짠하다. 그렇지만, 진짜 긴 시간 마음을 줬던 사람과 이별했을 때를 너무 잘 나타낸 책이라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이런 마음 알지 알어. 나도 그랬지 하고 계속해서 읽었다. 너무나도 비슷했을 때는 잠깐 책을 덮고 나만의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나는 지금 혼자지만, 괜찮다. 작가도 괜찮을 것이다. 그 사람과 함께하지 못한 미래가 아쉬울 수는 있지만, 나를 위한 행복을 더 온전히 찾을 수 있다. 아, 책을 읽고 메리골드가 좋아졌다. 지금 철이라 엄청 길가에 집주변에 피어있다. <확실히 오고야 말 행복> 지금 나에게 메리골드란 내가 찾아가는 작은 행복들 한 송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