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 - 소심 관종 '썩어라 수시생' 그림 에세이
썩어라 수시생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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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 - 썩어라 수시생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첫 장부터 마음에 가시처럼 박혔다. 어느 날 일어났는데 갑자기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부터 말이다. 물론 사람들이 응원해주고 좋아해주고 사랑해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혼자라는 생각. 작가인 김씅팡은 본인 생각에 노래를 잘 못하는 성악가라고 한다. 그렇지만, 예고에 성악과에 유학까지 갔다 온 사람이면 일반인인 내가 듣기에는 엄청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렇지만 늘 입시와 경쟁과 평가에 시달렸고, 어나 더 레벨인 천재인 사람들이 곁에 많았던 탓인지 노래를 못하는 가수가 된 것에 대한 소회가 여럿 등장한다. 너무 잘난사람들 사이에서 기를 못 펴는 보통사람들 같아서 더 공감되었다. 유학생활에 도둑들고, 거기에 불난데 부채질 하는 사람처럼 소매치기 까지 당하는 에피소드에서는 산넘어 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지만, 그런 상황들을 다 이해해주는 먼저 유학온 친구에, 비슷한 경험을 했던 줄리오를 비롯 작가 곁엔 다정한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다. 물론 내 주변에도 그렇다. 최근 너무나 심한 우울감을 토로했더니 친구가 나아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 않냐고 화를 냈다. 노력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책에서 처럼 살고 싶어서 징징거린 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좋아하는 편은 친구 다정한 현지 편이다. 나도 친구가 영화를 예매해주고 선물은 바로 나야 짜잔 하고 나타나줬으면 좋겠다. 나의 다정함이 그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고 선물처럼 느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받은 문자는 너무 적극적이니 그러지 말라는 점잖은 타이름이었다. (타이름이자 거절) 나도 다정함이 많아서 다정함을 선물했을 뿐인데, 상대방은 그걸 부담으로 받아들이더라. 나를 있는 그대로 혁명으로 받아들여줄 사람은 그렇게도 없는 걸까 하고 조금 슬퍼졌다.

어딘가 삐걱거리는 사람들 그 누가 읽더라도 공감될 만화 에세이다. 유학이나 친구문제로 힘들어할 사람들도 공감. 나처럼 혼자 있는 사람과 다정이 병인 사람들에게도 매우 공감. 내 재능과 한계에 부딪힌 사람들에 대해서도 공감.

그리고, 어린 친구에게 영어 과외를 하면서 느낀 에피소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같은 영어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사람에게 나는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밝힘. 그럼 노래 잘하냐고 하자 노래는 못한다고 자기를 검열함. (이 부분은 나랑 비슷하다 나도 내 장점을 많이 과소평가 하는 편이다.) 그러자 애기가 그럼 잘하는 거 한 가지를 하는 게 낫지 않냐고 함. 내가 잘하는 건 뭘까. 이제 그마저도 좀 사그라 든 것 같은데 말이다.

책을 읽으며 그래 좀 편하게 살아보는 게 나쁜 게 아니고, 다들 어딘가 조금씩 이상한데 조금 더 이상하게 살면 어떻겠나 하고 희안한 안도감이 들었다. 다들 조금씩 이상한데 나도 좀 돌아도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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