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밖의 고사성어 - 일상이 새롭게 보이는 뜻밖의 네 글자 25
채미현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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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의 고사성어 채미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아직 매우 더운 여름이다. 그러나 2주만 지나면 서늘한 바람이 불면서 가을이 되겠지. <천고마비>라는 말을 들으면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데 그게 가을이랑 무슨 상관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나 같은 사람이 부디 꽤 있었기를. <상식 밖의 고사성어>는 고사성어가 만들어졌을 때 당시의 의미와 이야기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 오면서 변해버렸거나 덧붙여진 뜻을 풀이해주는 책이다. 25가지의 고사성어와 이야기가 등장한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천고마비의 경우 흉노, 돌궐 등 북방의 민족들이 가을이면 말을 통통하게 먹여 남쪽의 중국과 전쟁을 하게 되는 시기라는 뜻 이었단다. 가을의 넉넉함을 의미하는 지금과는 달리 공포를 예견하는 계절이었던 것이다.

잘 몰랐던 내용으로는 <독서망양>이 있다. 이는 책 읽기에 빠져서 양을 잃어버린 양치기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양을 몰아야 할 노비들이 책을 읽으며 할 일을 등한시 한 것은 노름을 하며 그런 것과 매한가지일 거라고. 지금이야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권장되고 있지만, 여기에는 무엇이든 과도하게 빠져들면 중용을 벗어나므로 경계하라는 뜻도 담겨있다. 그리고 본성을 해치지 말라는 뜻으로도 확장되었다. 나다운 삶을 지켜내기 위해 <잃어버린 양> 즉 소중한 가치를 잃지 않도록 나를 단속해야 한다.

그리고, 또 흔하게 접했고, 대나무로 만든 장난감을 같이 가지고 놀았던 옛날 소박한 친구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죽마고우>가 충격이었다. 진나라의 은호와 환온이 친구사이였다. 이 둘 중 환온이 은호를 상대로 했던 말이 죽마고우인데, 내가 어릴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주워서 놀았던 자기보다 급이 낮은 사람이라고 폄하했던 이야기였다. 게다가 친구로 여겼던 은호는 환온에게 배신까지 당한다. 이런 살벌한 이야기가 지금은 너무 아름다운 말로 전승되고 있다니!

<문전성시>의 경우는 제나라의 추기라는 나르시스트가 본인을 꿰뚫는 질문을 통해서 인간관계에서 말과 아첨의 간극을 파악해 버린 내용이었다. 확실히 공포나, 돈이나, 관계의 상하가 있다면 예나 지금이나 직언을 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각자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같은 질문에도 다르게 아부할 수 있다는 것. 최근에는 웹상으로 인플루언서가 갑자기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쉽게 유명인이 될 수 있다. 특이 이런 경우에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오는 많은 애정과 쓴소리가 달갑지 않을 터인데, 비판과 충고의 말은 잘 새겨야 한다. 사람들이 늘 초심 잃었다고 말하는 그 것.

마지막으로 <낭중치추>의 경우 송곳이 바지를 삐져나오게 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재능은 숨겨도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뛰어난 재능도 펼칠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확장되었다. 책에서는 식객으로 머물던 초나라의 모수가 협상단으로 간택되기 위해 <낭중지추>라는 말을 사용해서 자기PR을 하던 당당함이 엿보인다. (이를 다른 사자성어로 <모수자천>이라고 한다). 3년 동안 눈에 띄지 않은 당신을 뽑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모멸적인 말에도 모수는 물러나지 않는다. 물론 허풍쟁이처럼 실력도 없이 호언장담한 게 아니라서 다행이고. 물론 자신에게 기회가 왔을 때 펼쳐보일 수 있으려면 자기에 대한 실력과 이해도가 겸비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거의 상황과 현재의 변화에도 살아남아 생명력을 가진 고사성어들을 접할 기회가 되어 좋았고, 의외로 재해석된 부분이 많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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