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칭 더 보이드
조 심슨 지음, 김동수 옮김 / 리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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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칭 더 보이드 - 조 심슨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한동안 책을 읽는 과정에서도 내 삶을 반추해보거나 내가 이런 상황이었다면 하고 가정해본 일이 없다. 반추라는 말도 좀 이상하긴 한데, 아무튼 생과 사에 대해 크게 절망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죽음은 사람을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준다. 그 의미가 주는 무거움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아무튼 <터칭 더 보이드>를 이런 시기에 만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등반가인 조 심슨(지은이)이 페루의 시울라 그란데 서벽을 친구인 사이먼 예이츠와 함께 오른다. 오르는 동안 본인에게 사고가 일어나 둘 다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때 당시 각자의 나이가 조심슨 25, 사이먼은 21살이다. 일단 그렇게 어린 나이라는 것을 번역가의 에필로그에서 듣고 엄청나게 놀랐다. 책의 깊이는 그런 젊음이 아니라 책의 표지처럼 깊고 푸른 심연의 얼음동굴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서벽을 하산하는 도중 사이먼이 추락하고, 그는 다리에 골절상을 입는다. 사이먼은 당연히 조를 데려가기로 마음먹고 조를 아래에 매단 후 하강을 하게 된다. 그러던 도중 사이먼은 조가 다시 한 번 떨어졌다고 생각하게 된다. 로프 하나에 의지해서 먼 거리를 내려주기 때문에, 바로 아래에서 말을 할 수 있다거나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결국 친구를 위해서라기 보다, 내 배낭에 칼이 들어있다는 생각을 해내곤 결국 로프의 끝을 잘라버린다. 팀을 이뤄서 조금씩 내려줬던 무게가 줄지 않는 것을 느끼고 그의 사고를 또 한 번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인생 참 잘될 놈은 잘된다고, 그 얼음 크레바스에 떨어진 지은이는 살아남게 된다. 살아남고 나서도 사이먼이 구해주러 올 거라고 열심히 이름을 소리쳐 불러봤다는 점에서 가슴이 메어졌다. 그리고 물론 사이먼도 하강해서 조를 찾아본다. 로프를 끊고 나서 비박하는 동안 그가 느꼈을 심리적 공포와 죄책감을 생각하면 누구나 그 상황에 대해 나를 변호하고 싶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실제로도 내려오면서 그 누구도 보지 못한 상황이니까 로프를 서로 묶지 않고 내려오다 사고로 추락했다고 하자 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 진심으로 사람답다고 생각했다. 그 어떤 사람이라도 자기방어 본능으로 그런 것을 생각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다른 팀원인 리처드를 만나 사고가 일어나게 된 사실을 자신이 로프를 끊었음을 고백하는 장면이 책의 굉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살아남았다는 것에 대한 안도와 죄책감으로 그 순간에는 어떤 거짓도 끼어들 수 없는 순간이었을 것이기에. 확실히 조 심슨은 그 얼음에서 기어올라가다 실패하곤 내려가는 신박한 방법으로 하산하고, 결국 살아남는다.

두 사람이 만나서 혹은 책 이후에 영화화 이후에 엄청나게 많은 가설을 해봤다라고 말한다. 확실히 사이먼의 행동이 비윤리적이었는지, 혹은 반대의 상황이었을 때 라던지 말이다. 아마도 이 상황 자체도 비행기 사고가 나면 내가 산소마스크를 쓰고 나서 남을 도와주라는 상황과 비슷하지 않을까. 작가도 사이먼도 서로가 자신을 온전히 돌보고 나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말에는 동의하니까 말이다.

삶에 대한 무의미함이 많이 느껴지는 분들이 읽으면, 이런 상황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구나 하는 울림이 있을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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