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토슈즈를 신은 이유 - 미국 최고 발레단 ABT 최초의 흑인 수석 무용수 이야기
미스티 코플랜드 지음, 이현숙 옮김 / 동글디자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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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토슈즈를 신은 이유 - 미스티 코플랜드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에 지금까지 미스티 코플랜드를 제외하고 흑인 수석 무용수가 한 명도 없었다는 일은 놀랍다. 물론 고전 발레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하얗고 마른 무용수들의 이미지가 실제의 사람에게 계속 강요되고 있었다는 것도 쇼킹한 일이었다. 물론 강수진이라거나 유럽에서 활동하는 동양인 발레리나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유독 왜 흑인과 발레라는 교집합은 이루어지기 힘들었던 것일까.

그래서 유독 미스티가 후반에 솔리스트가 되는 과정에서의 장에서 계속 언급되는 <이것은 갈색 피부의 작은 소녀들을 위한 것이다>하는 것이 자기 개인만의 성취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솔리스트가 되고, 발레단에서 군무를 추는 무용수에서 솔리스트로 그리고 수석무용수가 된 그녀의 위대한 투쟁 이야기라고.

생각보다 그녀의 에세이가 주는 내용의 장엄함과는 다르게 이야기는 소탈하게 표현되고 있다. 어머니가 예쁘고 치어리더 팀 출신의 춤 실력을 물려받았다는 이야기에서 그런가 하고 자료화면을 찾아봤지만 어머니보다는 미스티가 훨씬 미인이었다. 그리고, 미인인 게 문제가 아니라 다섯 자녀를 낳는 동안 남자친구와 남편을 만났다 헤어지고, 야반도주 하는 그 가족들의 삶을 위태하게 하는 것이 미스티를 비롯한 자녀들 전체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책에서 등장하는 남편과 남자친구만 해도 4명 이상이다. 그나마 해럴드가 착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조금 들 뿐. 그 다음에 만났던 로버트는 특히나 아버지로써는 부적합한 사람이었다. 이런 정서적인 면의 부재가 어린나이에 미스티가 겪게 될 미성년자 자립권을 청원하게 된 결심의 일부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할 뿐이다. 원래 댄스팀의 일원이었던 그녀는 선생님의 권유로 발레를 시작하기에는 늦은 나이인 13살에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당시 모텔방을 빌려 6가족이 전전하고 살고 있던 미스티에게 신디선생님이 숙식과 강의를 제안하며 그들과 잠깐 살게되고, 미스티의 어머니는 딸을 돌려보내 달라며 틈이 갈라지게 된다. 미스티는 발레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에 미성년자이지만 일부는 부모에게서 자립해 자기결정권을 갖을 수 있는 소송을 하지만, 결국은 신디와 갈라지고 엄마와 가족들 품에서 다시 생활하게 된다. 14살의 나이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밀어줄 수 없는 부모와 꿈을 도와준다는 사람 그렇지만 사람들은 둘 다에게 (아니 셋다에게) 믿을 수 없는 말들을 해댔을 것이다.

결국 미스티는 돌아왔고, 발레도 잃지는 않았다. 주위의 도움을 받아 결국은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에 입단한 것이다. 그렇지만 입단 이후에도 그녀의 체형이 발레리나 답지 않다며 엄청나게 스트레스 받은 일화를 드러내주고 있다. 어지간한 일에도 담담하게 써내려 갔던 글이, 본인의 노력을 몸을 이해받지 못한다는 대목에서는 엄청 울었다고 씌여 있다. 일반인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녹아들어갈만한 몸의 상태가 발레리나로서는 혹독한 평가의 대상이라는 게, 그게 내 의지대로 되지 않을때 그녀가 느꼈을 절망과 자신감의 바닥을 느껴볼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알다시피 미스티는 불새가 되었고, 수석 발레리나가 되었다.

그녀에 대한 자료를 유튜브에 찾아보면서, 아직도 댓글에 그녀의 앙뿌엥뜨가 최악이다 라는 댓글을 보고 놀랐다. 앙뿌엥뜨는 토슈즈를 신고 두발로 올라서는 것을 말한다. 발레리나에게 아직도 이런 악의적인 댓글이라니, 아직도 그녀가 더 많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나아가야 할 길이 많다는 것에서 웃어야 할지 더 독려해야 할지 슬픔을 가져야 할 지 모르겠더라. 한사람의 성공을 그 하나로 보지 않고 깍아 내리려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그렇기에 그렇지 않음을 증명하기가 더 어렵고 고되보인다. 그렇지만 미스티는 대단한 발레리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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