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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명은 없다 - 세계 최초, 유기동물 호스피스에서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
알렉시스 플레밍 지음, 강미소 옮김 / 언제나북스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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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명은 없다 - 알렉시스 플레밍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영국에서 동물 최초 호스피스를 설립한 알렉시스 플레밍의 에세이다. 처음 개를 판다고 나온 주인으로부터 데려온 매기가 그 시작이었다. 작가는 본인도 크론병과 관절염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보호소에서 죽어가는 동물들을 그냥 지나 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읽으며 빗길에 떨고 있는 무리에서 벗어난 양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라인 번진채로 차로 데려왔다. 그리고, 온갖 동물들을 브레맨 음악대처럼 태우고 한 시간 15분을 늦어버린 데이트의 상대가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나였다면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 생명을 데려오는 게 더 무책임하다고 생각하기에 말이다. 그래서 그 짧은 만남을 가진 상대도 그게 자연의 이치라고 그대로 뒀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세상에는 다양한 기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생태계나 환경을 위해 기꺼이 내 기준에 맞는 노력을 하는 사람, 전혀 아닌 사람, 하건 안하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사람등 말이다. 알렉스는 동물들의 삶의 한 조각이라도 편안해 질 수 있다면 죽음이 가까워진 동물들에게도 행복한 마지막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책에는 데이트를 망친 주범인 양(앵거스)를 비롯해서 호스피스의 설립의 방아쇠가 된 매기(불독종류), 닭, 까마귀, 고양이등 종류를 불문하고 많은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호스피스라는 시설에 입소한 만큼 그들과의 이승에서의 짧은 만남이 그려져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동물이건 인간이건 죽음이라는 경계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슬픔이 가중되었다. 그래서 더욱더 알렉스라는 사람은 이 모든결 겪어내고 계속해서 받아들이는 게 가능한거라고 생각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계속 밀려들었다. 계속해서 학대당하거나 버려지거나 병들거나 해서 호스피스를 찾는 동물은 생겨난다. 그리고, 순리대로 길건 짧건 떠나게 된다. 내가 읽으며 그만큼 감정을 이입했다는 증거이려나. 그런데, 내 걱정이 무색하게도 책의 에필로그에는 지난시간 너무나 많은 동물들이 내 삶에 흘러들었다가 빠져나갔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들은 내 마음의 조각을 가져가는 대신 그 틈을 메우라며 자신의 조각을 남기고 떠났다고 한다. 내가 걱정했을 죽음의 타격을 작가는 동물들이 남긴 그들의 조각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름다웠다. 아무런 나와의 접점이 없는 것들은 힘이 없지만, 직접 만지고, 애정을 쏟은 것에는 추억이라 부르건 조각이라 부르건, 인연의 끈이건 아무튼 볼 수는 없지만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생긴다. 그렇기에 그 힘으로 계속해서 호스피스를 꾸려나가는 것인가 보다. 나에게 누가 해보라고 하면, 처음 모금해서 설립하는 정도의 재정적 도움은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떠나는 동물들이 너무 사무칠 것 같다. 계속적으로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면서 유기나 파양의 문제 그리고 질병에 취약해진 동물들을 방치하는 문제에 대한 다른 나라의 또 하나의 대안을 보았고, 국내에도 곧 이런 물결이 생기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