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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월동 반달집 동거기 -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정송이 지음 / 정은문고 / 2023년 6월
평점 :

갈월동 반달집 동거기 - 정송이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 책의 파트는 동거와 반달집과 그리고 나를 위한 삶의 기록 세 가지로 볼 수 있겠다. 먼저 공공연하게 그리고 매우 사적일 수 있는 <동거>라는 주제에 대해 나의 생각과 남들이 물어보는 호기심들까지 오롯이 받아낼 그릇의 작가의 마음이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최근 동거를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라는 류의 책을 몇 권 접했다. 그 중에서 둘만의 사랑에 치중된 이야기도 있고, 이렇게 저렇게 동거는 라이프스타일을 맞춰가는 지극한 현실이라는 것에 포인트 된 이야기도 있다. 이 동거기는 뭐랄까 내가 동거를 선택하게 된 이유와 솔직히 프롤로그 부분의 경제적인 이유라서 섭섭했던 마음을 드러내는 것부터 진짜 찐이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 전에 동거를 하는 이유가 서울의 살인적인 집값일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프로포즈는 아니지만 같이 살아보자는 이유에 동의 한 후 동거에 들어가고 초록이 보이는 창을 열심히 찾아 서울역 근처의 갈월동에 정착하게 된다. 조금 독특했던 두 번의 연애를 쉬어가는 연애 디톡스의 부분에서는 요새 신세대들은 이런 것도 하는가에 대한 신기함도 있었다. 이 연애를 지속할지에 대한 고민을 연애를 하지 않으며 생각해본다라.. 내가 꼰대라서 그런가 이런 부분은 내 애인이 말한다면 나는 받아들이지 못할 사람이겠구나 하고 생각해보았다.
갈월동의 2층, 1층에는 봄이면 만개할 양귀비를 곱게 심어두신 주인할머니와 함께 100년된 적산가옥의 이야기가 나온다. 군데군데 그려진 일러스트와 실제 남산타워가 나오는 사진을 보니 작가가 이 집에 애착을 가지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만해도 맨날 남산을 본다면 로맨틱해질 것 같다. 나는 오랫동안 단독주택에서 살다가 드디어 아파트로 정착한지 수년밖에 되지 않은 처지라. 각자 다른 집의 매력은 충분히 안다. 그리고 그 수고로움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집들을 좋아하는 수요는 꾸준히 있고, 나는 이제 편리한 지하주차장과 분리수거가 편한 아파트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작가와는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지 싶다. 최근에 나도 작가가 사용하는 <깸력>이 충만한 사람이 되었다. 한때는 설쌤처럼 <샘력>이 충만한 사람으로 40년 정도를 지내왔는데, 어쩌다보니 바뀌어버렸다. (깸력 : 아침형 인간 능력치, 샘력 : 저녁형 인간 능력치)확실히 깸력이 좋은 사람들은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 그리고 새벽이 주는 오롯한 하루의 시작을 할 수 있어서 좋다. 과거 샘력 충만했던 시기에는 밤이 주는 고요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침이 되면 한사람은 일어나서 출근하고, 한사람은 잠들기 시작하는 전혀 다른 수면패턴의 삶이지만 잘 지내고 있어 보인다. 내가 정말 놀랐던 것은 조금만 부지런 하면 된다는 이야기로 세탁기가 집에 없다는 이유였다. 1인가구인데도, 지금 큰 세탁기를 하나 더 들일까 고민하는 나로서는 세탁기 없는 삶이란 상상할 수 도 없는데, 이런 의사결정에서도 둘이 서로 맞춰가는 게 동거가 아닐까. 만약 나의 동거인이 빨래방을 이용한다고 하면 나야말로 그 돈으로 최신식 세탁기와 건조기를 사야한다고 관철시킬 사람이라서다. 이후 이야기는 사람의 상실과, 집주인의 상실, 그리고 갈월동의 자랑 빵집인 <따팡>이야기 등 여러 갈래로 넓어진다. 그리고, 회사 사람에게 동거를 밝힌 이유가, 기존의 화목한 가정을 연기해온 그 하얀거짓말들의 연장을 하기 싫어서 밝혔다고 하는데, 나도 그런적이 있어서 공감했다. 사람들은 각기 자신만의 잣대로 상황을 재단하고 입을 대는 것을 좋아하기에 그걸 차단하기 위해서 했던 말들 말이다. 그렇지만, 동거라는 삶은 그렇지 않게 되었다고 하니 또 호기심에 사생활 침해를 넘는 질문들도 듣는다지만, 그래도 다들 이해해 주는 분위기라고 한다. 누군가는 결혼 전에 살아봐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결혼을 안 해도 동거는 필요하다고 한다. 아직 혼자가 익숙한 사람에게 사람과 같이 사는 법을 그리고, 어떻게 지내는 게 현명한지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작가의 마인드가 나처럼 조금 쓸쓸한 구석이 있어서 더 공감가게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