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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해방일지 - 소송기간 2년 1개월, 마침내 이혼을 ‘허락’ 받았다
이림 지음 / 이르비치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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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방일지 - 이림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핑크빛 미래에 대해서 혹은 신혼여행이나 백년해로한 책들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많다. 그에 비해서 남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이혼에 대한 궁금증이나 카더라는 많으면서도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야 하는 일인지라 이혼에 대해서만 자세히 이야기해주는 책은 없다. 있다 하더라도 이혼을 겪은 이후 나는 이렇게 변했다랄지, 이혼을 하게 된 이유의 정당성 등을 언급하고 다시 다른 주제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통해서 소위 진흙탕 싸움이라고 알려져 있는 <소송 이혼>의 절차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가 있었다. 마지막에 조금 후련하면서도 황당한 내용이 이혼을 하고 나서 구청에 이혼신고서를 제 때 안내면 과태료를 문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조속히 서류처리를 안하고 두는 사람들 중에서 이런 과금 내용까지 알려주는 책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책의 표지는 참 예쁘다. 책을 끝까지 읽어본 사람만이 여자의 뒷모습에 그려진 원과 행성의 의미에 대해 이해할 것이다. 아마 한쪽의 이야기만 듣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가질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나도 아마 작가의 상대방이 이혼을 당한 것에 대한 이유 라는 책을 낸다면 같이 읽어보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결혼을 하고 나서 둘은 저 행성처럼 공전주기가 그나마 표지에서는 같지만 아마 같은 삶의 공간만을 공유한 채 지냈을 삶의 공허함이 엿보인다.
이혼을 위해 별거를 하는 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남편으로서 방문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그 사람이 하는 말 중에는 그래도 내가 니 남편이야. 라는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가족이 되지 못해서 맺힌 게 많은 사람이라 이 말이 저자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들렸음을 이야기한다. 가족으로 맺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고, 또 끊어내기는 더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가족이 된다는 것은 정말 가족만이 할 수 있는 복수가 따로 있는 문동은처럼 지긋지긋하게 따라붙는다. 병원에서는 보호자가 되고, 아이의 친권자가 되며, 법정 보호자, 하다못해 보험의 수익자처럼 별의 별 곳에서 권리와 의무가 생성된다.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저자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방치하지 말 것, 그리고 스스로를 돌볼 것이라는 맨 앞장의 이야기는 나에게도 깊은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나야말로 실제로 나 자신을 방치하고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있는 타이밍이었기 때문이다.
말이 통하지 않고, 내 의견을 언젠가는 상대방의 대화라는 허울 아래 가스라이팅 당함을 알고 있을 때 나는 무슨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작가처럼 별거라는 폭탄을 던지고, 앞으로 내 삶을 스스로 돌보게끔 했을까, 아니면 내가 돈 벌어오면서 가정을 깨고 싶지 않다는 <보통의 가정>이라는 미명아래 그냥 나를 방치했을까가 궁금해졌다. 결국 결혼해서 해방된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내가 원하는 삶을 쟁취하기 위해서 흘리는 댓가와 눈물은 허망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가사조사나 조정위원들의 문제점이 보이면서 소송이혼에도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음을 알게 된 것도 좋았다. 작가의 새출발을 응원한다. 해방된 삶에 더 따뜻한 볕이 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