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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 조각가들 - 타이레놀부터 코로나19 백신까지 신약을 만드는 현대의 화학자들
백승만 지음 / 해나무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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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 조각가들 - 백승만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화학 그것도 유기화학을 배웠던 때를 떠올렸다. 너무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분자의 조성을 바꿔서 혹은 섞어서 다른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꿈을 꿨던 적이 있다. 그래서 공부도 했었고 말이다. 예전 꿈을 되살려보면서 지금 과학의 발전과 약학 관련해서 우리의 삶에 분자조각가들이 얼마나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발달하고 있는 기술과 예전의 약이 발명되게 된 원리나 해프닝 등도 재미있게 실려 있어 화학이나 약의 역사에 대해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쉬운 설명으로 인문학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먼저 엔데믹의 시대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이 주성분인 <타이레놀>을 코로나시대에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은 1893년 4-아미노페놀을 이용해 합성한 물질로 4-아세트아미노페놀이다. 예전부터 라이벌이었던 아스피린보다 훨씬 일찍 개발되었다. 그렇지만 혈구 관련 부작용이 없는 해열제라는 재평가를 받으면서 타이레놀이라는 상품으로 1953년 탄생했다. 개발되어서부터 60년이 지난 시간이었다. 지금도 아세트아미노펜 부작용으로 급성 간 손상이 와서 사망하는 경우가 아직도 있다. 그리고 진짜 신기한 점은 타이레놀의 작용기전을 아직도 모른다는 것이다. 우연이 가져다준 선물인가 아닌가 좀 헷갈려진다. 약이 독성이고 독성이 곧 약인 <파르마콘>이라는 말이 타이레놀과 비슷한 것 같다. 100년 전만 하더라도 일단 만들고 적당히 안전하고 효과가 있으면 약으로 팔고, 사람이 죽으면 회수하는 것이 의약품 개발의 사이클이었다고 한다. 일단 만들어서 팔고나서 임상이라니 지금 생각하면 사뭇 무섭다. 지금의 통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때는 그랬다고 하니 약이란 게 얼마나 사람들을 해방시켰고 살렸는지 인류사에 큰 획을 그었는지 깨닫는다.
또 운으로 찾아냈다는 디기탈리스라는 꽃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유명한 고흐의 그림 <가셰 박사의 초상>에 가셰 박사가 쥐고 있는 식물이 바로 이것이다. 심장을 강하게 뛰게 하여 심부전증에 쓰이는 약물 <디곡신>이 디기탈리스에서 추출한 것이다. 강심제이지만 정신병에도 쓰였다는 이 약물 예전에는 임상의 범주가 적으니 조금이라도 차도가 있으면 오남용된 것이다. 왜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라는 말은 오래전이라는 말로 괜찮은 걸까.
지금도 분자 조각가들은 <세렌디피티>처럼 우연히 발견되는 행운을 바라지 않는다, 계속적인 실험과 다른 방법과 유전자 가위까지 동원해 정확 하게 반응하는 기전을 가진 신약을 개발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외에도 여성 화학자이면서 명예 박사 학위만 가지고 있는 거트루트 엘리언에 대한 에피소드는 처음 알았는데 감동적이었다. 시대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았음에도 회사에서 히칭스라는 상사와 협업으로 계속 신약을 개발한 화학자다. <티오구아닌>이라는 소아 백혈병 치료제를 비롯 <질로프림>이라는 통풍치료제이다. 거트루트가 198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기 직전까지 여자가 받은 수는 고작 4명이었다. 엘리언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며 다섯번째가 되었다. 그리고, 엘리언이 한 많은 바이러스 치료제의 개발로 인해 나아가 에이즈 치료제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계속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이자 자신을 갈고 닦는 사람만이 기회를 거머쥘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후 화학자나 꼭 사람만이 약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한 의약품 합성의 장에서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직군이 개입되는 부분에 시너지를 느꼈다. 최근 주목받는 생물 의약품의 경우 항체 같은 거대 단백질을 조각한다. 이는 생물학자와의 협업을 뜻하며 흑색종의 치료와 같이 면역항암제의 분야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바이러스에 일부 유전자에 대한 mRNA를 투여한다면 일부 단백질만 생성되고, 이 단백질 정보를 사람의 면역세포가 빠르게 인식하고 이를 통해 신속한 면역체계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폭넓은 생리의학에 대한 이야기와 예를 들어 설명해주어 늘 챙겨먹던 약에서부터 희귀한 병에서 사람을 구하는 것에 일조하는 세상의 모든 분자조각가들의 덕으로 생명을 더 건강하게 연장하고 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이제 매일 삼키는 약들에서도 그들의 노고가 아로새겨져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