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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시간을 걷는다 - 나만의 카미노, 800km 산티아고 순례길
박진은 지음 / 뜻밖 / 2023년 3월
평점 :

배움의 시간을 걷는다 - 박진은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친한 친구들은 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그것도 다 30대 일 때. 그 친구들의 경험과 즐거운 이야기를 듣고, 새로 순례길이 버킷리스트인 친구때문 에서라도 늘 이곳이 궁금했다. 그래서 아마 십 수 년째 순례길 여행기만 10권 이상은 읽었을 것이다. 내용은 다들 다양하다. 내가 떠나야만 했던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책에서부터, 알베르게의 시설이나 위치 그리고 평점에 주를 매기는 실용서로서의 책들까지 다양하다. 이 책의 저자는 퇴사를 하고 산티아고를 가게 된다. 젊은 직장인이 이제 업무에 주력할만한 능력을 인증받은 시점에서 퇴사라니, 사장이든 상사든 궁금해 할 게 뻔하다. 왜 이 자리를 놓으려고 하냐고. 읽으며 시작점부터가 루디 아저씨와 좀 더 가까운 나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뭐고 다시 하고 싶은 걸 확실히 알게 되고 싶다는 것으로 한 달 넘게 천만원을 태우기에는 조금 세속적이 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다. 거기에 한 장을 태우는 것 뿐만 아니라 책상도 비워야 할 테니 그 이후의 수입까지 생각하면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남들은 어떻게 여기를 갔는가에 갈망을 더해 더 산티아고 여행기를 탐닉하는 지도 모르겠다.
책은 저자의 사진과 직접그린 일러스트가 자주 등장하며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실은 이 책을 만나기 전에 시시하다고 혹평하는 글을 읽었던 터라 기대감을 한층 낮춰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몰랐는데 실은 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을 있는 그대로 풀어내서 그 담백함이 좋았다. 나도 혼자가 되고 싶어 시작한 길을 누군가와 같이 걷고 싶어하게 될까. 아니면 새로운 사람들 사이의 다리가 되고 싶어 내가 원하지 않는 걸 참을까. 아니면 당당하게 마이웨이를 택할까. 잘 모르겠다. 몸과 마음이 지치면 순간의 선택으로 많은 것이 달라진다. 걷는 길의 상태, 만나게 되는 사람, 지나치는 사람들의 온기, 숙소의 상태 등. 그것들을 다 감수하고 같이 가는 사람과 마음을 열고 함께 갈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순례길을 같이 걸은 사람들과 서로 깊게 교감하게 되는지에 대한 감정의 순서가 잘 느껴진 책이었다. 나만 해도 혼자가 좋지만 마냥 혼자이기는 싫은 현대인이라 그런가. 저자는 조금 나이가 많으신 분들과 자주 걷는데, 초반에 만난 70대 네덜란드 할아버지의 말이 떠오른다.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 다 초탈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요점은 70이 되어도 인생에 새로운 문제는 늘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 문제들은 미리 대비할 수도 없고, 미리 알 수도 없다. 그리고, 그것을 풀지 않으려고 회피해서도 안된다. 결국은 문제를 풀기위해 해결책을 찾으려고 고민하면 새롭게 닥친 문제들을 풀 힘도 얻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인생이란 것은 참 얄궂어서 이제 한숨 돌릴까 싶으면 참 희안한 상황들을 생기게 해준다고 생각했던 터라 내가 살아내는 경험들이 다 내가 풀 수 있는 인생의 해답의 단초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정말 홀로 또 같이 부엔 까미노를 외치는 미래의 내가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