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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 여행의 단상
여지영.최재숙.이갑순 지음 / 바른북스 / 2023년 2월
평점 :

지금이 아니면 - 여지영, 최재숙, 이갑순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손녀(지영)는 방송작가고, 엄마(재숙)는 화가이고, 갑순씨는 할머니이다. 책의 에피소드 앞 뒤마다 갑순의 일기가 실려 있는데 여행보다도 훨씬 이 일기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특히 첫 장은 직접 쓴 손글씨로의 일기가 있는데, 그 어떤 것보다도 찡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갑순씨의 손글씨가 한 번 더 등장하는데 많은 힘이 되었다. <행복해져라 얍!> 나에가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걸어주는 행복의 주문이라니. 나도 내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산다는 걸 아는데, 지금은 무척이나 힘이 든다. 최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일주일 뒤로 모든 일상이 평범함이자 행복함으로 가득찼던 그 때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도 나온다. 함께하는 동안에는 그것이 마지막인지 모른다고 말이다. 정말 그렇다. 함께 걸었던 거리, 같이 먹었던 밥, 행복이 행복의 모습을 띄고 있지 않아서 보통의 일상이 주는 감사함을 잊고 살았다. 그래서 이번 달에 계획된 가족 여행에서 빠질까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서 다시 못할 여행이 될 수도 있으니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혼자 다니던 경주, 이번 봄에 곧 갈 제주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대구
여러 곳에 삼대가 같이 다닌다. 우당탕탕한 여행의 기승전결은 없다. 책의 깊이도 판형도 그리고 내용도 다 시집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더 맞다. 나도 매일 일기를 쓰지만 갑순처럼 감사함을 담은 내용이 없다는 것에서 내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너무 비관적이지 않나 돌아보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이 상황에서 버틸 수 있게 하는 것은 긍정일진데 말이다.
아마도 갑순이 일생에서 조금만 더 넉넉했더라면 마음 따수운 시를 많이 냈을 것 같다. 일기 한토막도 이리 다 주옥같은데 아마 지영의 재능도 갑순에게서 이어받은게 아닐까.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계속 하려고 한다. 내가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은 내 시간을 기다려 줄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걸 모르기에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좋은 사람들과 같이 보내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챙겨주고 싶다. 요새는 그런 만남을 많이 가질려고 한다. 미움의 기는 빼고 인생에 더 중요한 가치에 집중하고 싶다. 인생은 짧고 행복하기는 마음먹기 달린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