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는 우리를 들뜨게 하지
바나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뜨개는 우리를 들뜨게 하지 - 바나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설 연휴가 짧았지만 따듯한 거실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는 표지에 이끌려 읽어야 할 문어발 책들이 많았지만 서둘러 읽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뜨개질을 좋아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25년 전 가정시간에 배운 겉뜨기 안뜨기 정도를 할 줄 알고 이미 메리야스 뜨기(겉뜨기와 안뜨기를 한 단씩 번갈아 뜨는 방법)부터 못하기 때문이다. 코 줄임 늘림 같은 건 그게 그거 같아서 더 할 줄 모르고 말이다. 친구와 같이 하던 뜨개질에서 그나마 겉뜨기만 계속해도 티가 안 나는 헤어가 풍성한 날개달린 실을 얻어 해본 게 마지막 기억이다. 그런 내가 뜨개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다니. 역시 책이 주는 영감은 놀랍다. 손 여러 군데 통증이 있어서 큰 작품은 하지 못하겠지만 적당히 작은 티 코스터 정도는 도전해보고 싶다.

책의 저자인 바나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낮에는 프로그래밍을 하는 개발자로, 밤에는 뜨개질을 하는 니터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특히 오랜 시간 뜨개질로 단련되었다기 보다 락다운 이후에 찾은 취미인데 이렇게나 수준급이라는 생각에 놀랐다. 사진도 늘 보던 풍경이 아니라 킨포크 느낌의 세련되고도 자연 친화적인 느낌이라 안락한 뜨개질의 내용과 작품이 잘 어우러져서 보기 편했다. 실상 뜨개질을 하고 있는 건 내가 아니니까 즐겁게 봤을지도 모르겠다. 다 읽고 나서 나에게 20년전 실을 주었던 친구에게 책을 소개해주었다. 여전히 조카를 위해 손수 옷을 뜨고 니터로 살고 있는 친구라 역시 좋아하더라.

낮에는 반복보다 정확성을 요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반복을 계속해야 하는 뜨개질로 힐링을 얻는다는 게 언뜻 보면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도 요새 4개월째 배우고 있는 춤에서 음악을 들으며 그냥 움직여지는 반복으로 배운 안무를 하면서 흔들거리는 나를 보면 확실히 몸에 익혀서 어떤 활동을 루틴적으로 하는 게 얼마나 흥겨움을 주는지 알게 되었달까. 아마도 바늘을 움직이며 새로움을 창조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게 니터들이 계속 뜨개질을 하게 되는 중독성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며 타래실을 풀어서 다시 감는데 물레와 와인더 같은 게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작가님 진짜 뜨친놈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물레라는 단어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라는 동화에서 밖에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주시길. 확실히 나처럼 다람쥐같이 소장욕이 불타는 사람들은 각각의 실들을 쟁여놓고 싶은 마음이 불타오를테니 진짜 소심하게 시작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줌을 틀어놓고 각자의 공간에서 뜨개질을 하는 줌뜨나 함께 작품을 완성해가는 함뜨 그리고 작품을 시작하는 캐스트온 등 뜨개질 용어와 요새 쓰는 말들을 배우게 된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뜨개질을 하면서 겪었던 마음의 변화를 따라가는 게 제일 좋았고 말이다. 어떤 것을 시작하는 게 제일 어렵고, 그걸 마무리 하는 것은 시작보다 훨씬 어렵다. 내 인생에서 UFO인게 어떤 건지도 생각해보게 되고 말이다. 뜨개질처럼 나도 책을 문어발로 읽는 경향이 생겼는데, 역시 책을 FO했을때가 제일 뿌듯하다.

이 책을 읽고 이제 뜨개질의 느낌인 겨울의 마감에서 자꾸 꿈틀대는 뜨개질 욕구가 잘 눌러지지 않는다. 그래서 책에서도 겨울에 떠서 입긴 늦으니 여름이 뜨개질의 계절이라 했는가 보다. 예쁜 아가일 무늬가 들어간 양말로 시작해 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