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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존재 자체로 낙인이었어
오현세 지음 / 달콤한책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여자는 존재 자체로 낙인이었어 - 오현세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여자(女라)는 뜻의 한자는 아마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의미는 당연히 여자이고, 그럼 계집 녀(女)자가 3개가 모여있는 한자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간음을 뜻하는 간(姦)이다. 여자가 셋이 모여서 수다나 떨 일인데, 접시가 깨진다는 속담도 불편한데 그나마 한자에 뿌리박힌 시선보다는 낫다고 해야겠다. 갑자기 간음이라는 부도덕한 의미를 상징하게 된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나는 이 한자가 있다는 것도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이야기 해줘서 알았다. 지금 들어도 뜨악할 만한 뜻을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무슨 의도로 이야기했는지가 의심스러운 선생님인데, 그걸 몇십년이나 지나서도 잊지 못하는게 억울했다. 그런데, 한자의 여자에 대한 낙인이자 남성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가스라이팅이 엄청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더 알아버렸다. 그래서 읽는 동안 내가 그나마 괜찮다고 여겼던 글자들에 대한 생각들까지 바뀌느라 많은 인지부조화를 겪었음을 고백한다. 특히, 남자노예에서 시작되었다는 애꾸눈 만들기의 역작인 민(民)과 노비는 남녀가 다 있지만 노비 노(奴)에는 왜 여자만 들어있는지에 대한 노비3종 시리즈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원래 노(奴)는 여자 노예를 가리키는 글자였지만 곧 남녀 구별 없이 종을 뜻하는 말로 변한다. 이후, 여자노비를 구분해 비(婢)가 생겨난다. 예전 드라마지만 추노라는 드라마를 보면 도망친 노비의 이마에 종이라는 글자를 새기기도 한다. 보면서 노비를 뜻하는 글자가 저렇게 생겼구나 하고 기억했던 것이 떠올랐다.
노비 3종세트의 두 번째는 온당할 타(妥)이다. 갑골문에서도 여자 위에 손톱이 그려져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정복자가 피정복자의 땅에서 여자들의 머리채를 끌고 가는 글자가 바로 이것이다.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전쟁으로 노예로 삼는 것 그것으로 노동력과 다양한 방법으로 착취를 하게된다. 그런 일이 온당하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다.
마지막은 언뜻 여자가 들어간 한자 중에 제일 괜찮아 보이는 편안할 안(安)이다. 집 안에 여자가 있으니 안식처라고 생각되는 지금도 상당히 많이 쓰이고 있는 한자이다. 갑골문의 원형에는 여자의 아래 선이 하나 더 보이고 이게 족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고 한다. (해석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집에 여자노예가 있어서 편안한 사람이 누구일지 생각해보면, 그 뜻이 엄청 섬뜩하다.
작가가 10년동안 모은 갑골문의 자료들로 이루어진 책이다. 갑골문은 은허문자라고도 하고, 한자의 원형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의 한자와는 다르게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 그것을 점쳐보고 그 결과를 기록하기 위해 만들었다. 은나라의 3천년 전의 자료들로 앞으로의 연구가 더 이루어질 것이다. 한자의 표의성에 의해 동등하지 못한 시각에서의 인간 분류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되었다. 지금 세상에서 만들려면 태어나지도 못할 의미의 글자들이 고릿적 시대의 비밀을 간직한 열쇠처럼 보이게 되었다. 앞으로 편안하다는 의미의 글자를 생각할때마다 내가 이 집에서 어떤 위치인가, 누구를 위해서 일하는 노예는 아닌가 생각해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