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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언니 시점 - 삐뚤어진 세상, 똑부러지게 산다
김지혜 외 14인 지음 / 파람북 / 2022년 12월
평점 :

전지적 언니 시점 – 김지혜 외 14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언니들 다양한 삶의 포인트를 망라한 에세이집이다. 다양한 작가들 중에는 요양보호사 준비를 하면서 읽었던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를 이은주 작가도 있었다. 국내에서 사는 언니도 있고, 해외에 살고 있는 분들도 있다. 배우자와 혹은 자녀와 살고있는 사람도 있고, 동성애인과 살았던 사람도 있더라. 다양한 나와 비슷한 나이대 사람들의 삶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서 많은 힐링이 되었다. 언니들이라고 하지만 나와 동년배인 사람들이라 다른 사람들은 어찌 재미있게 사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책의 장점이라면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한가지로 귀결되지 않는 다양성에 있다. 느끼는 계절, 상황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 각자의 가치관 들이 짧은 글에 농축되어 있지만 알알이 다 색이 다른 찰옥수수처럼 탄탄하고 여물다.
잊지 못할 경험을 이야기하는 첫 창에서는 <빨간 구두>가 생각난다. 내가 과연 여행을 갔을 때 댄서 부부를 만난다면, 선뜻 그들에게 춤을 가르쳐 달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를 생각했다. 이국에서 하는 특별한 경험 그리고 점점 배워가며 뿌듯해지는 실력 그리고 눈에 보이는 그 공기와 느낌들 까지 말이다. 아마 다음번에 혼자 외국여행을 하게 되면 안전에 방해되지 않을 만큼의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뜻하지 않게 죽을 때까지 기억남을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리고, 요새 운전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내가 조선의 기사다>편도 재미있게 읽었다. 장류진 작가의 단편 <연수>로 차를 사고 운전 연수를 받은 사람이 바로 나다. 운전도 결국 코로나와 문학이 나를 일으켜 세우고, 키를 쥐어 준 것이다. 이제 차를 산지 딱 2년 차가 되어 간다. 조선의 기사라 자부한 작가에 비하면 미천한 이제 겨우 운전대를 잡아도 가슴이 쿵쾅거리지 않는 정도의 실력만을 갖추었다. 물론 주간 한정이다. 야간에는 선천적으로 밤눈이 어두워 잘 운전하지 않는다. 주차나 주행에서 내 팔다리 같이 차가 움직이며 혼연일체가 되는 느낌은 어떤 걸까 심히 부러웠다. 깻잎 한 장 주차를 할 정도의 실력이면 조선의 기사라고 자부해도 될 정도다. 아마 내가 작가와 비슷한 순간에 아저씨의 오지랖이 있었으면 매우 고마워 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게 자차 2년차인데 아직 1만키로도 길밥을 먹지 않았으며 뒷유리창에 <초보운전>을 붙이고 다닌다. 왕복4키로의 단촐한 출퇴근길 덕분이다.
그냥 여자가 운전하면 잘 못하겠지, 공간감각이 덜 하겠지 싶어서 무턱대고 나서는 사람이 있어서 피곤할 만한 일이 생길 정도의 자부심 넘치는 실력이 가지고 싶어졌다. 책에서는 이런 고정관념이 있는 게 불편하다는 논지였지만 말이다. 편견에 맞서는 것도 원하고 그보다는 더 이상 길 위의 시한폭탄이 더 이상은 되지 않고 싶다. 초보에서 양민이 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다.
마지막 장인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제일 글들이 편안했던 것 같다. 그 중에서 사슴 같은 사람과 만나 단박에 결혼하게 된 에피소드가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낙타나 타조처럼 보인다는 마지막 미묘한 결론에 무릎을 탁 쳤다. 역시 세월과 결혼필터링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없는가 하는 생각. 역시 결혼의 연이란 제 눈에 안경처럼 남들이 뭐래도 잘 맞고 좋아보이는 나에게 딱 맞는 그런 사람을 찾아야 가능한가보다. 내가 물론 상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줄 거라는 각오도 가지고 있어야 하겠고.
40대의 여성분들이 갑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비슷한 친구들은 이렇게 삶을 살아내고 있다고 편하게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