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짓는 생활 - 농사를 짓고 글도 짓습니다
남설희 지음 / 아무책방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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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짓는 생활(농사를 짓고 글도 짓습니다) - 남설희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작가는 작가 지망생에서 마로니에 백일장 장원으로 작가가 되었으며, 책을 펴내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나도 지금은 신도시에 살고 있지만 농수산물 센터에 입출차 등록이 된 어엿하게 납품하는 조합원의 딸로 자랐다. 시골은 아니지만 근교 농업인의 테두리 안에 있다는 자부심도 있달까. 우리집은 상추와 파를 주로 하는데, 역시 작가는 충북 음성의 특산물이라 그런지 고추와 (올해 김장 때도 빛을 발한 태양초!) 들깨를 심는다고 한다.

제목에 걸맞게 글을 쓰면서도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하는 두 가지의 큰 주제로 이야기가 돌아간다. 거기에 가족들의 이야기, 막내 동생이 결혼해서 조카가 생긴 이야기 등도 곁들여졌다.

나 역시 비슷한 처지여서 그럴까 읽는 내내 공감하는 내용이 많았다. 특히 고추모를 심는 과정에서 모판에서 밭으로 옮겨 심는 일을 고추모가 시집가는 날이라고 표현하는 게 귀엽더라. 물론 실제로 고추모가 절로 시집가는 일은 없기에 표현만 귀엽지 농업은 엄청난 노동력집약 산업이므로 일의 강도는 엄청나다. 특히 우리집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계속 텃밭을 가지고 있었는데, 고추를 딸 때가 되면 손이 쓰리기도 하고 그 진물이 빠지지가 않아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장갑을 끼고 따도 고추진물이 베어들면 따가운 건 매한가지였다. 그리고 고추 기를 때 생각보다 농약을 많이 뿌리기도 해서 독했었지 하며.. 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따는 일만 고된 줄 알았는데, 모판에서 멀칭한 구멍 사이로 모를 조금만 비뚤게 올려놓아도 삐뚤게 자라서 결국 기울게 심은 쪽은 금방 무르거나 병들 수 있다고 하는 이야기가 와닿더라.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농사든 인생이든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말이다.

그리고 제일 인상 깊은 챕터는 신발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운동화를 좋아한다며, 어느 날 결혼식이 있어서 서른이 넘고도 특별한 직업 없이 지내는 것에 옷차림까지 책잡히지 않으려 구두를 신고 길을 나선다. 나도 일을 쉬고 여행을 떠나거나 다른 일을 한다고 쉬거나, 공무원을 한다고 수험생활도 해봤기에 작가의 마음을 온전히 공감했다. 나도 작가의 말마따나 둘째 동생이 늘 신고 출근하는 구두가 계속 신다 보면 익숙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해다닌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국은 버티고 인내하다보면 불편함도 나를 불편하게 놓이는 상황도 버텨낼 재간이 생길텐데, 말이다. 늘 이건 이게 별로고, 저건 저게 별로야 하면서 편한 것 만을 찾아다닌 게 아닌가 하고 비슷한 마음이 들어서 조금 시무룩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물집이 잡히고 퉁퉁 부은 발을 쉬어주게할 슬리퍼를 산게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이 에피소드에서 나와 비슷한 감정을 많이 느꼈다. 결국 피해만 다녀서 그렇게 십년이 지난 후 얻게 된건 적은 봉급과 (계속 이직으로 경력을 그다지 못살렸음) 격무였기 때문이다. 도시에 살건 시골에 살건 농사를 짓건 회사를 다니건 혹은 글을 쓰건 각자의 고민은 늘 있다. 작가는 겸손하게 책을 내게 되어 다행이라고 하는데, 소담스런 글들을 앞으로도 알알이 맺는 열매들처럼 계속 만들어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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