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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ㅣ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2월
평점 :

벼랑 – 이금이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10년 만에 새로 개정된 개정판을 읽었음에도 맨 처음 에피소드인 <바다 위의 집>에서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를 언급한 부분 뿐인 것 같다. 지금이라면 영락없이 BTS때문이냐 혹은 너도 아미냐 하는 대사가 들어가지 않았을까 한다. 그만큼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고민하는 바와 걱정하는 바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녀가 없기 때문에 <바다 위의 집>에서 은조가 생각하는 학생이지만 학교 밖의 삶을 원하는 친구가 잘 이해되진 않았다. 나만 해도 학교를 안다니면 은조가 생각하는 노는 친구의 범주에 해당하던 때라 그렇게 생각하는게 박혀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학생의 입장에서도 학교를 떠나는 것을 쉽게 결정하는 것 그리고 은조 엄마도 결국은 허락해주는 것을 보고 작가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실제 작가의 자녀이야기를 녹여서 소설로 탄생시켰다는 작가의 말까지 읽고 내가 속단했구나 생각했다. 너무 은조 어머니의 쿨함이 나에게 조금 쇼크였기에.
책의 에피소드는 총 5편이다. 은조, 남주, 혜림, 이진, 난주, 현우, 민재 그리고 혜림의 가족까지 등장한다. 다 읽고 나서 혜림이의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개정하면서 혜림의 이야기를 덧붙이지 않은 작가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아마 혜림에게도 서사를 입히면, 그에 따라 나처럼 각자의 재단을 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각자의 상상에 맡기는 편이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진이가 그렇게 원했던 1등을 도맡아 하고, 친구네 집에서도 스스럼 없이 친구 부모님 이야기도 들어줄 정도의 친구에게도 고민하는 바는 있었을 것이고, 그게 버거웠을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사람은 다 각자마다 고민하는 바가 다르고, 그 무게를 감히 남이 경중을 따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크게 두기 위해서 미완결인 채로 두는 게 더 괜찮은 결말이자 이유라고 생각된다.
제일 충격적인 에피소드는 역시 <벼랑>이다. 예전에도 지금도 청소년 성범죄 뿐만 아니라 그루밍범죄는 많이 발생한다. 난주는 은조가 자퇴할 때 교복을 받아든 친구다. 그것도 단순히 라인이 잘빠진 브랜드 교복이라서 받아든 것 뿐이지만 말이다. 알바를 해서 남자친구와 만나는 것만이 유일한 인생의 낙이 된 친구에게 돈이라는 가치와 내가 원하는 바를 위해 어디까지 내어줄 수 있는지를 그 또래가 고민하는 것이 너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그까지 것 범죄에 이용당하는 것 인줄 알아도 제2의 알바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점이 그랬다. 좋게 말해서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해야하나. 그런데 이야기는 점점 이상하게 흘러간다. 내가 제2의 알바를 하는 것을 빌미로 남친의 친구가 협박하고,
예전에 알던 주인집 딸이 삥뜯기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협박에 못이겨 반대로 협박한다. 그리고, 그 사진관에서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는 부분이 그나마 난주가 아직 청소년이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부분이었다. 돈도 필요했지만, 도움도 필요했는데, 그 성범죄자의 시각에서는 그것도 또하나의 협박으로 보였을 것이라는 것. 벼랑의 마지막은 생각지도 못한 범죄가 또 하나 발생해버려서 너무 놀랐다. 시작부분만 해도 그저 좋아하는 것을 원하는 부모님에게서 경제적 지원없이 하려고 하는 조금 발랄한 고등학생이었는데, 갑자기 이야기가 파국이 되어버렸다. 제일 안타깝고 마음이 가는 캐릭터였다. 난주의 인생이 갑자기 벼랑 끝으로 가게된 건 돈 때문일까 아니면 집 때문일까. 것도 아니면 너무 탐내지 말아야 할 것을 탐내서 그런 것 일까 생각해본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늑대거북의 사랑>의 민재는 또 마지막이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딱한 캐릭터였다. 물론 성향이 다르겠지만, 나였다면 이미 오래된 울프와의 재회만으로 반가워하고 양어장에서 자연을 느끼며 살아가도록 해줬을 것이다. 그렇지만, 민재의 선택은 울프를 데리고 올라가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엄마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많은 것을 희생했던 민재였기에 울프만큼은 다시 만나게 된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게 민재가 원하는 농구든 늑대거북이든 다른 꿈이든 울프와 결을 같이한다고 생각한다. 나였다면 등갑을 크게 기르고 싶다는 그때 꿈을 잊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했겠지만 어디까지나 40의 나이기에 그렇고 아직 기회가 있는 민재는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대단히 많은 캐릭터가 나오고, 각자의 이야기로 청소년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도 달라지지 않은 현실의 각박함에 개정판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현실을 사찰한 것 같은 생생함이 잘 느껴졌다. 학교와 현실과 꿈이라는 것에 대해 매일같이 생각했던 때가 나도 있었지 하는 생각과, 지금 내가 고민하는 것은 역시나 직장과 돈과 꿈이라는 사실에 인생이 20년을 빨리감기 해도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