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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김봉철 지음 / 문성 / 2022년 11월
평점 :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 김봉철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예전에 독립서점의 오프모임에 관심이 있어서 다닐 때 김봉철 작가의 책들을 만난적이 있다. 원래 나온 독립출판물 버전에서 1인 출판사를 차려 재출간했다고 한다. 이 책은 소위 갓생을 사는 사람들한테는 혹평을 받을 것이고, 나처럼 백수와 밥벌이를 오가는 사람에게는 욕과 공감을 같이하기 좋을 것이다.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이 김봉철이라는 인물은 실존하는 작가의 모든 것인가 싶다가도,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작가 인터뷰에서도 김봉철이라는 (30대 백수 쓰레기 줄여서 3백쓰) 인물을 재창조했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학교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많은 이야기는 작가의 경험담이라고도 말이다.
책은 단짠단짠 하다. 34세 백수일 때의 이야기. 35세. 36세 이렇게 나오고 그 뒤로는 간간히 돈을 벌어봤던 이야기, 정신과에 다닌 이야기, 후반이 되어서야 약간의 로맨스라고 하긴 뭐하지만 연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초반의 김봉철은 김밥집 가서도 단무지 더 달라는 말을 못해서 편의점에서 단무지를 사서 주머니에서 꺼내먹는 인물이다. 학교에서도 출석부를 때 부끄러움이 많아서 대답을 못하는 그런 아이. 난 이 정도는 아니다 라고 위안삼을 수 있는 적당한 에피소드에서 강도깊은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까지 많이 있다.
개인적으로 나도 어릴 적 친구를 집에 초대하지 못할만한 사연이 있었던 터라 봉철이의 어린 시절에 친구들이 집에 와서도 물 한잔 마시지 않고 갔다는 에피소드가 꽤나 마음 아프더라. (더 강력한 소재들도 많지만 그런 일은 나로서는 가늠할 수 없는 깊이 이기에 언급은 자제하려고 한다.) 나도 수평도 안맞는 집. 겉에서 보기에 집이라고 할 수 도 없는 집에서 살아본 터라 많이 공감했다. 그리고 뷔페를 가서 맛있는 것을 맘껏 먹는 거랑, 어머니께서 뷔페에서 일하시고 남은음식을 몰래 싸가지고 오시는 에피소드에도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다. 뭔가 어린 시절의 나같은 친구가 여기에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더 쓰레기 같은 생각도 거침없이 뱉어내는 구간이 많다. 그렇지만 나도 그런 3백쓰같은 생활을 종종 해오는 사람이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면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더 들더라. 가출할려고 통보하고 집에 숨어있었는데, 이제는 나갈려고 했는데 밖에서 문을 잠궈놓으신거 진짜 충격의 도가니였다. 어차피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 놈이면 그냥 아예 나오지도 말라고 하신건지. 하지만 유쾌한 히키코모리 이야기들보다는 눈물과 마음저림이 같이 오는 이야기가 더 많다. 부모님 속 깨나 태운 분들은 이거 읽으면 공감과 눈물이 같이 나올거라고 생각한다.
친구를 만들고,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어릴 적부터 친구가 없었다고 말하는 봉철군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블로그로 이웃추가부터 했다. 그런데 나도 부끄러움이 많은지 뭐라고 인사를 건네야 할지 모르겠다. 책의 내용에 본인의 외모를 돼지에 별로로 묘사해두어서 실제로 찾아본 작가의 외모는 준수했다. 이 정도면 자신감을 충분히 가지고 살아도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도 살찐 상태로 오래 살아봐서 아는데, 생각보다 살에 대한 것이 나의 정신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더라. 최신 근황은 밖으로 나와 조선소에서 일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 책처럼 아직 백수로 지내지는 않고 있구나 자기의 틈안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뻤다. 나도 곧 백수가 되려고 사직서를 냈다가 매여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지만, 책을 읽으며 나도 그랬지,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에 밤을 훌쩍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