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장의 퇴근주 - 퇴근 후 시작되는 이 과장의 은밀한 사생활
이창협 지음, 양유미 그림 / 지콜론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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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장의 퇴근주 이창협 외1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나는 실제로 금주 결심을 하고 실천한 지 4년이 넘었다. 숱한 대 코로나의 시대에 술 한잔 친구삼아 지내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건강 문제로 인한 술이었기에 지금껏 잘 지켜내고 있다.

 

제목인 퇴근주처럼 혼자 다양한 주종을 집에 골고루 쌓아두고 퇴근하면 내 마음대로인 칵테일도 꽤 많이 마셨던 사람이었다. 20대부터 남대문 수입 상가에 그릇 보러 가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술병을 사들고 왔다면 꽤나 술에 진심이었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웃지못할 일은 생각보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조주기능사도 실기는 일이 바빠서 보지 못했지만 필기도 붙었던 애주가이면서 학구파였다. 아무튼 서론이 길었던 이유는 지금은 술을 마시지 않고 있지만 술을 마시면서 새로운 술을 도전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다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진토닉은 마시지 않지만, 아쉬운 대로 토닉워터에 얼음만 넣어도 약간은 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술꾼들이 들으면 비웃을 말이지만 술이 있었던 세계와 없는 세계는 진짜 다르다. 지금은 강 건너에서 반대편을 조망하는 편이지만 나에게도 많은 술의 에피소드가 있다.

 

이과장의 아내분은 만화가이면서 양조를 업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쌀로 술을 빚는 순서와 느낌을 전달해준 페이지가 있었는데 술이 되기 위해 몽글몽글 거리는 쌀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원래 탁주 스타일을 썩 좋아하지 않는데다 지금은 맛을 보지도 못할테니 만들고 싶은 마음만 간직하기로 했다.

 

작가의 유년 시절이 일본이고 일본인과 거래하는 업을 하다보니 일본 술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꼬냑을 이미 농익은 멜론에 부어서 먹는 버블 경제와 야쿠자의 자릿세(멜론 판매가 표면목적)가 만난 헤네시 멜론이 제일 먹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지금도 하이볼의 시대가 다가와서 그런지 하이볼 이야기도 좋았다. 술과 탄산수를 섞는 것을 하이볼이라 하는 것이라는 싱거운 유래와 그렇지만 출신의 싱거움과 별개로 최근 엄청 인기있는 술이 되었다는 인생역전의 에피소드가 있다. 예전에는 일본에서 판매되는 캬쿠빈(산토리 노란것) 하이볼이 제일 유명하고 많이 팔았는데 최근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하이볼의 종류가 무려 10가지라고 쓰여있는 술집의 입간판을 봤다. 베리에이션 하기 나름이겠지만 (실제로 마시지도 않으면서) 궁금해서 어떤 게 있나 확인까지 해보았다. 좋아하지만 가까이 할 수 없는 마음을 눈으로라도 담는 것일까. 유자에 멜론에 다양한 조합이더라.

 

이탈리아에서 등불처럼 저녁 식탁을 오렌지빛으로 수놓는다는 아페롤 스프리츠는 마셔보지 못했지만 단맛이 덜한 환타(오렌지맛) 같다고 하니 조금 더 궁금해졌다. 그리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최근 회식에서 들렀던 술집에서 아페롤 스프리츠를 팔고 있어서 아는 체를 해볼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다들 맥주를 시켰고, 실제로 서브되는 아페롤 스프리츠는 보지 못했다는 아쉬운 에피소드가 나에게도 생겼다. 사진으로는 정말 영롱한 오렌지 빛에 상큼해보여서 눈으로라도 보고 싶었단 말이다.

 

그리고, 최근 국내에도 브루어리를 비롯해 자체 양조장이 많이 생기고 있어서 반가운 마음이다. 전에 화천에 갔더니 지방 전통주들을 모아서 판매하는 별도의 술 매장이 있어서 매우 놀랐다. 더욱 더 명주가 많이 만들어지고 알려 졌음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일본의 진정한 내추럴 와인을 만드는 오부세 와이너리의 방침도 진정성 있었다. 그냥 단순 내추럴을 표방한 와인이 아니라 노 케미컬을 외치는 창업자의 마인드가 마음에 들었다고 할 수 있다. 어줍짢은 내추럴은 가라 진짜배기가 여기 있다 하는 느낌 말이다.

 

생각보다 예전의 술을 사랑하던 시절의 나를 추억해보며, 그리고 지금은 마시지 않지만 새로운 음주 트렌드나 판매하는 술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술 이야기를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역시 나는 술을 마시든 마시지 않든 애정이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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