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 처음 만나는 페미니스트 지리학
레슬리 컨 지음, 황가한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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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 레슬리 컨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저자는 시스젠더 백인 여성으로 페미니스트 지리학자이다. 페미니스트 지리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처음 접했는데,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여성으로서 느끼는 일상생활에서 더도 덜도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친숙하며 생활 깊이 너무 당연히 여겨지는 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거론된다는 것이 쇼크였다. 책에서 언급된 스타벅스에서 일행을 기다리며 테이블에 앉아있던 두 명의 흑인 남성이 체포되고 경찰서로 끌려가 9시간이나 구금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공공장소의 흑인들이 직면하는 미묘한 인종차별의 형태다. 미묘하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차별적인 행태지만 말이다. 이처럼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특권이 백인의 특권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가 자라온 도시에서도 남매가 겪었던 수많은 일화를 상기해 볼 때 그나마 여성 중에서도 대다수를 차지하는 본인에게 조차 쉽지 않았음을 고백하고 있다. 본인이 겪은 것도 이럴진데, 다른 사람들은 더 열악함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조차도 북미권에 가본적은 없지만 수 많은 매체에서 교외의 타운하우스에서 거주하는 중산층 가정에 대한 선망이 있었다. 그런데, 책에서는 교외에 산다는 것에 대한 이면을 이야기한다. 교외에 거주하는 모든 주부들은 홀로 분투하는데 여기에 그 이유가 설명된다. 교외의 생활방식이 드라마에서처럼 이상적으로 보이려면 1명은 시내로 나가서 경제활동을 하고, 나머지 1명은 집에서 일하는 전형적인 이성애자 가족이 필요했다. 대중교통과 같은 공공서비스로부터 고립된 채 집에서 독박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 이런 기준으로 설계되는 도시는 분명 문제가 있는데, <교외>라는 지리적 특성이 이성애자 가족 내에서 및 노동시장에서 특정한 성역할을 후원하고 당연해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이성애자 핵가족 상황이라면 임금격차 때문에라도 (그리고 고정적인 역할분담에 의해서) 남편이 경제활동을 이끌어 나가게 되는 구조이다.

이외에도 여성들이 육아를 하면서 빈번하게 마주하게 되는 유모차를 가지고 대중교통을 타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하기 힘든 도시의 구조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국내에서도 기저귀 교환대 등이 백화점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카더라를 들었는데 북미권도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니 그것마저 충격이었다.

혼자 사는 싱글에게는 도시라는 거주지의 치안의 전반에 관해서도 언급한다. 수많은 캣콜링들, 늦은 시간 자유롭게 혼자 있을 권리와 그 당연함 말이다. 거기에 책의 말미에는 이런 도시의 변화를 촉구하는 시위에 참가했을 때 조차 딸을 데리러 가야하는 주 양육자로서 고민했던 저자의 경험담은 정말 뼈를 때렸다. 대의를 위해서도 엄마는 더 고민해야하는 일이 있다는 점이 말이다. 그리고, 미국의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시위의 촉발점이 된 곳을 갔을 때도 거주하고 있지 않은 외국인이라 몸을 사려야 했다는 이야기도 절감하며 읽었다. 뜻이있고 그것에 대해 강의하는 학자임에도 체포를 두려워 해야 한다는 점이 말이다.

앞으로 도시계획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좀 더 폭넓은 경험을 가진 각층의 사람들의 의견이 수렴된다면 조금 더 여성친화적인 도시가 설계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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