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생의 밤
이서현 지음 / 카멜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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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 소설 모음집 : 망생의 밤 - 이서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시집보다 조금 더 두꺼운 두께의 책에 아주 다이어트된 초단편 작품들이 17편이나 빼곡히 담겨있다. 각자 다른 등장인물들에 배경도 가지각색이다. 도시의 사람들도 담겨있고, 고민있는 사람, 현대인들이 대거 등장한다. 책을 읽으며 이제 문학도 카드뉴스처럼 짧고 간결해야 읽히는 시대가 된 것일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긴 서사가 주는 매력도 있고 단편이 주는 재미도 각각인데 정말 짧은 작품은 5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짧은 시작은 <나이값>이라는 작품이다. 번역가 일을 제쳐두고 연이 닿아 만난 탑랭커와의 과외수업 때문에 나는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어졌다. 어린 게이머는 프로게이머의 세계에 들어오기에는 나이가 좀 많은 거 아니냐며 넌지시 반대표를 던진다. 거기에 나이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그나마 점잖게 표현하는 것이란다. 부드럽게 말하는 것이고, 가장 납득하기 좋은 이유를 들어서 거절하는 것이라는 것. 생각해보면 이런 류의 거절은 살면서 얼마나 많이 들어봤는가. 그럴듯한 핑계를 붙이는 것이 사회생활의 매너라고 익히면서 말이다. 대놓고 팩트폭격하기에는 껄끄러우니 대의명분을 세우는 고상한 방법. 이 부드러운 거절에도 나는 손목 관절이 너덜너덜 하지만서도 게이머가 계속 되고 싶어할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진짜 나로 말하자면 역시 서른이 넘어 마흔이 되고나니 관절은 더 너덜너덜 해졌으니까 컴퓨터는 적당히 하는게 관절염에는 도움이 될거라는 소설속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어졌다.(만성 손목과 손가락 염좌 환자가..)

그리고, <복이 참 많으세요>라는 작품에서는 드라마작가로 일하는 나와 메인작가와의 갈등 그리고, 길에서 만난 도를 아십니까와의 조우가 그려진다. 생각보다 평범하고 순하게 생긴 사람에게는 하루에도 숱하게 일어나는 이들과의 찰나의 만남에서 조금 더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여기서 나오는 사이비 종교인은 정말이지 복을 나눠주고 싶은 그런 마음인 것인지, 세뇌인지(세뇌라 나는 믿겠다) 대화 내내 아리송한 말들만 해댄다. 끝은 정신승리로 첫날인데 좋은 만남을 가졌다는 이야기까지. 결국 이 단순한 대화들로 인해 나는 드라마 바닥에서 계속 버티기로 한다. 어떤 부분이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쓰게 된다는 것은. 그런 모욕에도 내가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오롯이 가지고 있고 다시 해보겠다는 의욕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제목에 선정된 작품인 <망생의 밤> 지망생들의 밤에 회비까지 내고 나간 자리에서 구남친을 만난다. 나는 계속 최종에서, 2차로, 1차로까지 계속 원하는 아나운서 자리에서 낙방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시인을 목표료 하고 있고, 그녀는 시인도 지망생이 있냐는 물음을 던진다. 결국 뭔가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끼리 으쌰으쌰 위로의 구절을 낭송하면서 희망을 얻어가려는 취지의 행사에서 나에게 이목이 집중되어 버린다. 구남친은 무려 그나마 데뷔정도만 해서 초대가수로 노래를 불렀고, 내가 아직도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게

개떡같다면서(근데 왜 니가 화를 내는지?) 사람들 사이에서 당혹스럽게 만들어버린다. 눈물이 쏟아지는 긴 밤을 보낼 것 같은 주인공이다. 아마 망생의 밤의 나 같은 상황을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집에 가야할까. 이런 자리가 신선할 것 같아서 한번 그냥 와봤다고 하기에는 너무 얼굴이 화끈거리겠지. 일단 그 자리에 초대가수가 노래를 부를 때까지 남아 있었던게 잘못이 아니었을까. 별로인 인연은 얼른얼른 정리를 하고 털고 나갔어야 하는데, 그것조차 끊지 못했던 나를 반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부귀인보다는 그 미친 구남친이 급발진 해버린게 잘못이긴 하지만 말이다. 내 인생을 내 미래를 내 가능성을 왜 니가 재단하고 안타깝다는 식으로 포장해버리는건데? 아마 나라면 그렇게 말하면서

소리라도 질러버렸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귤 따는 춤> 이다. 나는 춤이라는 매개체로 유튜브라는 세상에 박제되어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이것을 읽는 동안 전국노래자랑의 수장이 타계했다는 소식을 들어서 훨씬더 감정을 이입하며 읽었다.

생각보다 많은 스타들을 발굴한 프로그램이지만, 나는 거기에서 흑역사가 생성되어 버린 것. 그래서 할 수 없이 제주로 자체 자숙을 하러왔다. 홈쇼핑 쇼호스트 언니도 만나고, 귤농장 할머니도 만나고 귤을 계속 따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사람들의 몸속에는 얼마나 춤에 대한 열망이 있는지는 요새 텔레비전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만해도 잘추고 싶지만 내적 댄스의 흥만 있는 소위 <뚝딱이>이다. 암튼 귤농장 할머니가 귤따는 춤이자 일하기 전 부상방지용 안무를 만들어오라고 임금도 주셨다. 그리고, 남들의 기준에 맞춰 하지 못했던 모델이라는 꿈을 접고 살아온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남들이 하라고 해서, 혹은 하지 말라고 해서 <그럴거야> 라는 말에 기대서 흘러가 버린 시간은 아무도 보상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 망신한번에 인생을 흘려보내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나는 열심히 구상해서 귤따는 춤을 완성한다. 그리고 아마도 이어질 뒷 이야기를 상상해보자면 최근 소울리스좌 처럼 노동요와 노동댄스로 흥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슬럼프나 대인기피에 빠질만큼 괴로워하는 일도 인생의 긴 축으로 보고 일어나야 되겠다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물론 그 만큼 나를 다져야 하는 시간이 사람마다 필요함은 물론이다.

많이 실린 작품들의 면면이 혼자인 나와 각자의 고민속의 내가 오버랩 되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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