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생구 낙원동 개미가 말했다 - "휴, 간신히 여기까지 기어왔네."
송개미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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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고생구 낙원동 개미가 말했다 - 송개미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현직 변호사가 고생을 얼마나 했을까에 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이건 찐이었다. 로스쿨 출신이라도 법대를 나와서 승승장구 하는 대부분의 테크트리를 예상했다고 하면 좋을 것이다. 생각보다 찐으로의 가난의 향기가 묻어나서 필명을 쓸 수 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만해도 의뢰인으로 너무 많은 변호사의 생각과 이력들을 알게 되면 조금 이런저런 생각이 들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이란 당신도 어려울 적이 있었을테니 나를 잘 좀 도와달라는 특권의식 말고 선민의식을 가져달라는 생각 정도이긴 하지만 말이다.

실제로 성추행에 가까운 그런 경험을 법을 다루는 변호사라고 해도 <젊은 여자>의 범주에 속한 혹은 속했던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다는 사실에도 모골이 송연했다. 이 사람을 적법하게 쳐넣을 수 있는 지식과 배짱이 있는 사람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니 평범한 사람은 어떻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송무팀에서 일하게 된 이유도 개인의 권리를 지키는 일을 돕기 위해서라고 한다. 조금 더 어려운 입장에 처한 사람을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

책의 많은 부분은 고생구에서 한걸음씩 나아가는 송개미의 10여년을 그리고 있다. 생각보다 영민한 머리로 신촌 쪽의 대학을 가고, 국문과를 가고, 기억에 남는 한문학 수업 에피소드가 남아있다. 개인의 삶에 한 획을 그을 그런 수업이나 선생이 있었는지를 떠올려 보았는데, 딱히 그려낼 만한 것은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학창시절에 스승이라기보다는 직업인으로서의 교사를 많이 만났다. 그리고, 대학을 들어가면서 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고, 그걸 갚아나가는 과정이 밀도있게 그려졌다. 과외부터 돈이 된다면 해야했던 그 어떤 알바도 열심히 해낸 송개미. 나도 어릴 적 송개미처럼 주말만 할 수 있는 연회장 아르바이트를 했던 생각이 났다. 단 하루 하고 근육통에 구두에 뽑혀버릴 것 같은 퉁퉁 부은 발을 얻었었다. 생각해보면 그 하루 일한 일당은 받았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 바로 주지도 않았을 것이고 하루 무료봉사 했던 것 같다. 그러다 학습관련한 사기업에서 근무하다 로스쿨로 진학. 진학 전까지 선행학습을 해야하는 것을 모르고, 법대출신도 아닌 저자가 고군분투했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절실하게 가난과 마주했고, 치열하게 살았던 송개미가 대견하다. 더 늦기 전에 내가 해야 하는 혹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한걸음씩 내딛는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이다. 나의경우에도 뒷바라지가 있었는데도 수험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한 집념이 어떤 거였는지 다시금 와닿았다. 꼭 가난하기 때문에 모든걸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생각보다 많은 부분은 포기하게 되기에 가난은 힘든 것이다. 자의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되어버리는, 그리고 타성에 젖어버리는 루트. 그렇지만, 마지막에는 번듯한 구두 한켤레를 사고 뿌듯해하는 그녀를 응원하게 되었다. 구두에의 소비가 아니라 말마따나 앞으로 들어올 꾸준한 수입과 변호사라는 직함을 말이다. 요며칠 매너리즘에 빠져들고 있는 나에게 충격요법이 되어서 고마웠다. 직업을 잃으면 좋아하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으니 최대한 개미처럼 버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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