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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 - 한 소녀가 부자가 되어 버린 사정에 관하여
서소 지음 / 렛츠북 / 2022년 4월
평점 :

한 소녀가 부자가 되어버린 사정에 관하여 : 오염 - 서소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영화를 보면 으레히 소모되고 마는 조연의 캐릭터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저 사람들도 인생이라고 치면 저렇게 되고야 마는 각자의 사정이 있을껀데, 저렇게 쓰고 치워지는 것은 아쉽다고 말이다. 왜 영화이야기를 했냐면 지극히 작년에 있을법한 일이고 (실제로는 이뤄졌을) 영화 같은 소설을 만났기 때문이다. 서소 작가는 전작인 <회사원 서소씨의 일일>에세이와는 전혀 다른 문체를 보여주었다.에세이에서는 엄청 시니컬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래도 정직후에 시간이 나서 나를 돌아볼 때는 그 누구도 즐거운 마음은 아니겠지만) 소설에서 그는 꽤 화끈하고 흡인력 있었다. 표지에는 반려견인 꿀단지와 함께라서 반가운 마음이 더 들었고.
다시 소설로 들어와서 한 소녀가 마스크 사기(좀 더 사실적으로는 매점매석의 브로커 역할)로 부자가 되는 이야기라고 알고 읽었는데 처음부터 책의 반이 넘어 갈 때까지 각자의 인생사연이 소개된다. 이는 윤슬도, 선영도, 성오도, 규남도 인생에서 <그 일>( 내 생각에서는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터닝포인트) 을 만났을 때 그렇게 행동하게 된 연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며칠 동안 나도 12억 정도면(규남 기준. 분명히 쇠고랑 찬다고 생각했을 때) 범죄에 가담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친구에게 물으니 12억 정도면 자기는 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극명한 도덕기준..내양심 눈감아)
그리고 계속 생각해보니 각자의 인물들은 서로에게 도덕의 대척점에 서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윤슬과 규남이 제일 그렇다. 윤슬을 위해 어떤 마음에서든 도와줬다가 전과자가 되었던 규남. 윤슬을 또 한 번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던 작중 <오염>을 썼다는 선배언니. 이 사람을 짚고 넘어가자면 진짜 잔혹하다. 최근 문학계에서도 이런 내용으로 이슈가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스를 들었으면 가공해야지 한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보내다니..
적당히 얕은 모르는 관계여서 편하다고 생각했던, 적당한 단편적인 사정만 알고 범죄를 도모하기 쉬웠다고 생각한 선영과 윤슬의 관계. 윤슬은 첫 장면에서 부터 쇠고랑을 차는 걸로 시작하는데, 그녀의 비트코인은 지금이면 4억이 아니라 20억이 되었을거라는 생각을 하는 나도 참 현실적이었다. 그나저나 김영만 사장을 비롯 선영까지 집에 현금다발을 차곡차곡 쌓는데, 둘 데가 없는 기분은 어떤 기분이려나. 그래서 어떤 사람은 마늘밭에 묻은 걸까 싶고.
성오는 피트 준비하는 선영과의 사이에서 그냥 그런 인물로 비춰지나 싶더니
규남과 성오의 라인을 이어주고, 생각보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많이 보는 사람이지 않나 싶었다. 다른 사람들 잘난 사람들 다 뽑는데서 저처럼 늘 당신이 옳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지 않겠냐는 그의 말이 회사원인 나에게는 지당하신 말씀이시니까 말이다. 네가 옳고 따르겠다는 펠로우십 사이에 내살길 도모하는게 현대인 아닙니까.
아무튼 이 이야기는 여러 사람이 얽히고 설켜 코로나라는 대 역병사이에서 한탕주의를 도모한 사기극이다. 사기와 범죄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이렇게 일반 사람들도 자칫하면 한 순간에 빠져들 수 있는 오염될 상황이 도처에 놓여있다는 걸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