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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가족 - 비혼 싱글맘의 공동육아기
가노 쓰치 지음, 박소영 옮김 / 정은문고 / 2022년 2월
평점 :

비혼 싱글맘의 공동 육아기 : 침몰가족 - 가노 쓰치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옛 말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예전처럼 이웃 간의 왕래가 있고 어른들의 지혜도 빌리고, 공동 생활을 마을에서 미리 훈련시킨다는 이야기로 쓰이면서 반대로 현재 독박육아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르게도 받아들여지는 이야기가 되겠다. 현대 핵가족을 넘어서 1인 가족이 30%에 육박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개인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 한 비혼모가 경제적 사정과 더불어 사람들과 공유하며 아이를 키워하고 싶어 한다. 아이 아빠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이가 좋지 않고 경제력도 잃지 않아야 해서 물리적인 육아 시간도 모자란다. 이를 통해 새로운 방식의 가족을 직접 모집하기로 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 <침몰가족>이다. 아들과 모자가정이지만 호기롭게 같이 공동육아 할 사람이 나서줄까? 라는 생각이었는데 소설 같은 게 아니고 작가 자신(스치)이 이렇게 만난 집단(침몰가족) 내에서 공동육아로 길러진 장본인이다. 작가의 외할머니는 젠더이슈에 관한 사회학자셨고, 아마도 그 영향을 받았던 어머니가 확실히 진보적인 가족 형태를 고안하신 것 같다. 진보적이지만, 온 마을에게 필요를 역설했다는 점에서는 옛날방식이라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은 과거와 현재와 그 어디쯤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잘 만들려고 하지 않는 가족의 바운더리다.
작가는 대학 졸업 작품 다큐멘터리로, 남들과는 다르게 자란 자신의 이야기를 촬영하기 시작했고, 졸작에서 영화제 출품까지 성장하여, 극장에서 상영할 정도의 이슈를 만들어 냈다. 거기에 영화에서는 인터뷰 형식이라 잘 드러내지 못했던 인물간의 전후관계나 아이였던 자신의 감정 등을 진솔하게 그려냈다. 진솔함을 드러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은 유년시절의 본인의 기억이라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지만. 당연히 두 살 세살 기억을 하는 사람은 없지않은가. 일반 부모가정에서 자란 내가 보기에, 이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에게는 뭔가 특이한 점이 있을꺼야! 라고 생각한 것 자체도 편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침몰가족 내에서 자란 친구를 다시 만난 에피소드에서도 보면, 특별한가 싶기도 하지만(남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놀랄 때)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라는 특이할 것 없는 소회였기 때문이다. 전우라고 표현되는 메구와의 인터뷰에서 이혼가정에서 징검다리 식으로 키워졌고, 공동육아도, 싱글육아도 다 지나온 사람이지만 그저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성장에 영향을 줬겠지만 별로 다를 것 없다는 것이었다.
작가도 늘 유치원에 데리러 오는 이모, 삼촌들이 여럿이라 다른 집은 안그렇구나 하는 정도에 그쳤다고 하니 어른들이 생각하는 주 양육자와 부 양육자의 관계형성에서 오는 불편함 정도는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성급한 일반화는 하지 않겠지만..)
작가도 생물학적 아버지인 야마씨와 어릴 적부터 주말 주중을 나누어 교류하고 있고, 이 영화를 위해 다시 공동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책에 언급된 대로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고 야마씨라고 부르는데, 아마 이 책에서 내가 느낀 제일 쇼킹한 부분은 이것이 아닐까 싶다. 아버지인데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는 것. 다른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공동육아에 참여했지만, 자신은 가정의 해체를 당한 입장이라 그렇지 않다는 것을 드러냈다. 어머니(호코)와 야마씨의 성격차이로 헤어지게 되었지만 가족은 계속된다.
이외에도 어떤 이유로든 공동육아에 참여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같이 살게 되는 내 생각으로는 독특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렇지만, 큰 이유든 별다른 이유 없이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은 생겨나고 나름대로 유지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코의 철학으로 시작된 이 가족은 20년 전에도, 영화와 책으로, 지금도 이야기 되고 있다. 그리고, 호코는 침몰가족을 떠나 도쿄에서 300 킬로 떨어진 섬(하치조지마)에 정착했는데 스치가 8살 정도 되었을 때부터이다. 거기에서도 새로운 사람과의 인연을 중요시 하는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 늘 새로운 도전을 하시는 분인 것 같다. 내가 혹시 자녀를 갖게 되면 이런 방식을 고수할 생각은 없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실천할 수도 있구나 하는 실존적인 측면에서 느낀 점이 많았다. 내가 필요한 도움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요청해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다양한 필요에 의해 사람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말이다. 침몰가족이라는 이름은 당시 회자되었던 이 공동육아를 통해 일본의 전통가족이 침몰되고 만다는 우려를 비틀었다는 점이 포인트다. 또 다른 형태라고 꼭 이상하게만 볼 필요는 없다.
P. 153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언론에 소개된 침몰가족
침몰가족은 당시 새로운 대안의 삶으로 미디어에 소개되었다. NHK ‘쓰치 군 두 살 우리들의 육아일기’(1996년 9월 17일 방송), 후지TV ‘우리 애를 키워보실래요?: 침몰가족이라는 시도’(1998년 5월 17일 방송), 요미우리신문 ‘가족의 형태 NOW: 따뜻한 관계를 찾아 혈연이 아닌 일곱 명의 편안한 공동생활’(1998년 3월 28일 기사) 같은 타이틀을 달고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1997년 5월 잡지 『현대사상』의 스트릿 컬쳐 특집 기사에서 「돌봄을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는 ‘침몰가족’ 공동육아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침몰가족을 소개했다. 돌보미들과의 대담 속에서 엄마는 “딱히 무언가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고 어느새 보니 이렇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침몰가족은 종교적·정치적인 신념을 공유하는 운동이나 사상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위한 모임이었다
P. 14
종일 집에만 틀어박혀 아이를 키우느라 나 자신까지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공동?) 육아 참가자 모집 중
나는 쓰치를 만나고 싶어서 낳았습니다. 집에 틀어박혀 종일 가족만 생각하느라 타인과 아무런 교류도 없이 살다가 아이는 물론 나 자신까지 잃어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공동육아라는 말에서 공동은 대체 무엇이고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아이와 어른, 여자와 남자 그리고 어머니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등 아이와 지내다 보면 생각이 많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