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하지 않을 권리
김태경 지음 / 웨일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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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지 않을 권리 - 김태경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 내가 챙겨보는 교양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것이 알고 싶다 >는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더불어 예방 차원에서 보고 있다. 심각한 살인이나 강력범죄가 등장한 편에서는 방송을 보는 것 만으로도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감정이입이 되어서 힘들 때도 있지만 말이다. 거기에 자주 등장하시는 임상심리학자이자 범죄심리학자인 김태경 교수가 저자이다. 그래서 내심 반가운 마음이 더 컸다. 그렇지만, 책의 주제가 피해자를 바라보는 적정한 시선과 태도에 관하여 이다 보니, 책에는 정말 많은 범죄사건이 나오고 거기에 곁들여진 피해자와 유족 2차 피해자 등이 나와서 계속적인 사건이 생각나서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성폭력, 살인, 폭행, 가해자의 출소 후 보복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고, 겪고 싶지 않은 일들을 피해자는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그것을 알게 되는 것이 힘들었다. 사건의 피해에서 벗어났다고 여기더라도 심리적인 충격이 언제 갉아먹을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정도로 지속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피해자에 대한 용서를 해서 편해지라는 조언 말고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 만으로도 박수를 쳐 주고 싶다. 강력범죄에 평생 연루되는 사람이 0.57% 정도 된다고 한다. 큰 숫자가 아니라고 생각되는가? 나는 그렇지가 않더라.

전에 읽었던 책의 내용 중에 딸의 살해관련 피의자의 합의서에 사인하고, 합의금을 받고나서 계속적으로 자책하는 어머니에 관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이런 경우 본인도 피해입은 사실이 아물지 않았는데, 본인에게 돈이라는 감정의 굴레까지 씌우고,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이중고를 겪게 되더라. 합의라는 것이 처벌불원의 의사표시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돈을 받았기 때문에 가해자를 미워할 자격이 없다고 느끼고, 피해자도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해 자기자신을 돌보거나 자책하는 경우에 인지부조화까지 생겨나게 된다. 합의를 하거나 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도 그 행동을 행한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하거나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치 않아도 보복때문에 합의해주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사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감정이입에 의한 실무자의 대리 충격 이야기도 크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 마음이 씌였다. 늘 사건현장을 보고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지인이나 흉악범죄일 경우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드라마에서도 지인이 연루된 사건일 경우는 제외시키는 것이 아마 이런 배려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재판에 대해 자세한 소제목을 달아서 피해자가 겪게 되거나 겪을 수 있는 사례들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서, 혹시라도 내가 진술을 할 일이 생기게 되면 어떤 수순으로 진행이 될까 하는 생각을 다음어보기에도 도움이 되었다. 생각보다 여러 가지 압박이나 두려움으로 진술을 일관되게 하지 못할 경우도 생기고, 그런 경우에도 어떤 방식으로 진행을 해가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이 되었다. 피해자가 참고인 자격이고, 제한된 재판정보만을 가지는 것에 반해 피의자에게 더 많은 정보제공이 된다는 점이 부당하다고 생각되었지만 어쩌겠는가 법이 그런걸.

세상에 용서하지 않을 권리가 존재한다. 그것을 재량껏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응당 그래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에서 자유로워지고, 내 몸과 마음을 온전히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시기까지 유예해야 할 것이다. 마음에 차는 용서를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용서하지 않을 권리도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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