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마리 오베르 지음, 권상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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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를 이렇게 만든건 무엇일까 : 어른들 - 마리 오베르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오래간만에 짧은 이야기지만 재미있는 소설을 만났다. 내가 처한 상황과 비슷하게 여겨져서 재미있게 읽었고, 읽으면서 가정을 꾸린 수 많은 다수들에게는 철없으면서도 악독하게 묘사된 이다가 악처럼 보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읽으면서 작가도 이다와 비슷한 나이대거나 지나온 사람일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비슷하더라. 왜냐면 이건 이 나이대를 지나면서 겪게 되는 진짜 막연한 불안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게 마음의 소리처럼 드러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후반부에 마르테의 자리를 욕심내는 정도에서 유교걸의 입장에서 선 넘은 행동을 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이다를 이해하는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섹슈얼한 행동을 한 이후의 나는 이 사람들을 깰 수도 있지만 이게 사실이니까 그 내용에 대해서는 너희 둘이 알아서 해라 라는 마인드로 말을 전할 때는 좀 무서웠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래도 내가 이 별장 지분은 줬으니까 나는 할 만큼 많이 양보한거야 하는 말로 퉁칠 때도 조금 무서웠다. 왜 무서웠냐면 진짜 사람의 이기심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기분이라서 그랬다.

내용은 엄마의 65세 생신을 축하하는 자리로 별장에서 만났다. 엄마와 아빠는 이혼했고, 여동생은 크론병을 앓고 있다. 큰딸의 입장에서 서술하겠다. 거의 이다의 생각과 이다가 벌이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기에. 엄마에 대한 의리를 지키느라 아빠와도 멀어졌고, 나의 중요한 순간들은 아픈 동생 때문에 양보를 해야 했다. 이혼하고 엄마는 재혼했고. 나는 짝이 있는 사람들과 만나며 소모될 때 동생은 이혼한 남자와 결혼했고, 임신했다. 내가 아무리 건축가에 잘나가는 독신여성 이더라도 늘 혼자라는 외로움과 온전한 내 가족을 갖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언제일지 모르는 임신을 위해 난자를 냉동하려는 임신이라는 꿈을 꾸고 있다. 실제로는 그 꿈마저 박탈당하지만.

 

[ 공평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토록 쉬운 일이 나에겐 이렇게 어렵다니. 모르겠다. 무슨 공식 같은 게 있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알고 있는 것을 나만 결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p.76 ]

 

다른 사람들은 다 주류로 편입되는데 내 삶만 10년 전과 똑같은 느낌이라면, 그들의 세계에선 어떨지 몰라도 그대로면 뒤쳐져 보인다.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 하고 있는데, 다른 차들이 다 추월하는 느낌이랄까. 나는 앞서거니 뒤서거니도 아니고 내 속도로 가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너무 빨라졌고, 거기에 여러가지 사이드카들 달린걸 보고 있는 기분일 것이다. 나보다 더 묵직해 보이는데 빨리 가면 내 입장에선 좀 속이 타긴 하지.

마지막에 이다가 마르테에게 어젯밤 이야기의 일부만 각색해서 들려줄 때, 그리고 그게 극의 내용에서는 대단히 생략되면서 그냥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여지게 되어서 조금 아쉽긴 하다. 너무 이다만 나쁜 년 만들어 놨잖아요. 다른 사람들이랑 놀아나면서 뻔뻔한 상간녀 만든 것도 그런데, 이제 인성까지 파탄난 캐릭터로 만들어버려서, 그 전에 가족 사이에서 본인이 희생하고, 언니 역할 한 것까지 다 그냥 변명으로 들리게끔 되버려서. 그런데 또 그만큼 나를 보호하고 남의 얘기만 하는 걸 직설적으로 보여줘서 지독하게 사실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제목이 <어른들>이라는 게 조금 여러 가지 의미로 읽혔다. 난 자매가 없기 때문에 자매사이의 미묘한 감정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뭔가 떼어놓을 수 없는 친구 같은 이미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이 들수록 친구처럼 지내는 자매들이 많기에. 아마 마음은 어릴 적 그대로인데, 점점 많은 부분이 어른스러워져야 하는 그런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동심 그런 게 아니라 생각보다 묘사되는 시간과 장소와 등장인물은 가족적인데, 내용은 불륜 매운맛이면서 이혼가정, 재혼가정, 독신의 삶, 그 가정의 자녀로 성장할 때 등등 다양함을 다 드러낸 책이었다. 그냥 자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머리통이 얼얼할 수 있으니 읽는데 주의를 요한다. 나는 이다와 비슷한 처지(나이대 정도) 라서 그나마 생생하게 읽었는데, 그래서인가 이다를 너무 미워할 수는 없었다. 새우 두 마리를 얹어 주면서도 거기 그 자리에 내가 있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좀 딱하잖아. (물론 개연성에서 딱하지는 않다.) 마지막에 이다가 별장에 혼자남아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 떠나고 남은 아직은 자기지분이 남아있는 별장과의 마지막 추억을 쌓지 않았을까. 다음에는 이제 군식구처럼도 올 일이 없어진 별장이라서.

마지막으로, 마리 오베르라는 작가의 다른 책도 읽고 싶어졌다. 뭔가 같은 상황을 보는데도 비틀린 면이 있는 것이 나의 시선과도 잘 맞는 작가인 것 같다.다음 신작도 기대해보고 싶어지는 작가를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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