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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그리움에게 ㅣ 시간여행 시집 1
손석근 지음 / 시간여행 / 2021년 12월
평점 :

가을, 그리움, 그리고 사랑 :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 손석근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현직 세종시의 모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신 시인의 시집을 읽게 되었다. 책을 넘기자 시인의 말이 먼저 마중을 나와 있는 조금 독특한 편집이었다. 먼저 만나볼 시들의 일부에 시인이 어떤 말을 하고자 하는지 조금 더 친숙함을 전달해주는 것 같다. 시는 천재들만 쓰는 특별함인 줄 알았지만 시를 만나고 나서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었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보게 되었고 한다. 아마 뵌적은 없지만 시어의 내용에서 중년이상의 세월의 흘러감 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50대 이상이시지 않을까 생각한다.(아니면 어쩌지.. ) 많은 시를 접한 것은 아니지만 시인들이 녹여나는 세상은 아마 나이라는 필터를 통해 시어가 여과되는 느낌을 받는다. 서정적이거나 산문적이거나 남자거나 여자거나 해도 세월의 흐름은 시어에 남는 것 같다. 그래서 아마 시인의 시에도 가을이 많이 등장하고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이 많이 스며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그렇게 유추했다.
먼저 읽는 동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법화경의 구절이 들어간 <가을 달을 보며>가 마음에 들었다. 어릴 적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못 만나서 괴로운게 뭘까 하고 생각했고, 다 큰 지금에 와서는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서 괴로운게 더 크다는걸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도 미워하는 사람도 만들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지만 인간이기에 그게 그리 쉽게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아직도 열병이 커서 그리움이 커서 나날이 여위여가는 내가 보일 정도라면 아무래도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 이제 이 세상에서 만나지 못할 정도라서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사람에게 있어서 너무 큰 감정 또한 사랑이라해도 타는듯한 어려움을 수반하나 보다.
타이틀인 <그리움이 그리움에게> 역시 기다리는 화자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는 짙은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세월의 흔적만큼 많은 그리움을 산처럼 쌓고 있다는 건 어떤 감정일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그를 생각하며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먹는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것 일까. 전에는 마냥 타오르고 뜨거운 감정만이 사랑의 유의미로 받아들였는데, 이제는 나도 나이가 든 것인지 이렇게 뜨거운 것은 나마저도 녹여버리는 그런 것처럼 느껴져 안온한 사랑을 더 바라게 된 것 같다. 이제는 지금처럼 있는 소중한 존재들이 나를 영영 떠날까봐 두려움을 갖게 되는 나이가 되어서인가 너무 뜨거운 온도는 지레 손사레를 치게 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가는 길은 달라도> 라는 시에서는 수없이 많은 길이 세상에 있다는 구절이 좋더라. 그 모래알처럼 많은 길 중에서도 내가 그대에게 가는 길은 하나라는 구절이 오래도록 간직하는 순수한 마음같이 느껴졌다. 그 하나의 가는 길이 사랑밖에 없다는 건 너무 로맨틱 하잖아! 그런데 그 길을 돌팔매질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잘못된 길이라는 것일까 하고 상상해보게 되었다. 사랑의 길이라는 게 그렇게도 여러 가지기에 축복받는 길도 있고, 아닌 길도 있겠지 하고 생각했다. 지금의 만남도 사랑도 있어야하지만 그에 맞는 때도 있어야 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잔잔한 그리움이 녹아든 시들을 잘 만나고 왔다. 아마 내가 기다리는 그 무언가도 간절한 기다림으로 채워 나간다면 곧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