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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하드보일드 중단편 5가지 : 살인의 예술 - 레이먼드 챈들러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추리소설에는 그다지 조예가 깊지 못한터라 레이먼드 챈들러라는 작가는 살인의 예술을 통해서 처음 만나보았다. 말로 탐정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인데, 이 책은 말로탐정이 나오기 전의 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제목이 왜 살인의 예술인가 했는데, 챈들러의 에세이 제목에서 차용된 것이고 실제 수록작품은 아니었다. 게다가 원래 수록 작품들 중에서 일부만 번역되어 실렸다고 한다. 아마도 대표작을 엄선한 듯 하다. 이미 책의 두께로 봤을 때 8편을 전부 다 실으면 나니아 연대기 이상의 두께가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챈들러의 팬이라면 나머지 작품들이 아쉬울 것 같다. 비슷한 시기의 배경을 다룬 소설은 올해 읽어본 적이 있는데,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추천해드리고 싶다.
총 작품은 <황금 옷을 입은 왕>, <영리한 살인자>, <사라진 진주 목걸이>, <호텔 방의 여자>, <시라노 클럽 총격 사건> 이다.
먼저 처음 만나본 작가의 작품이었던 황금 옷을 입은 왕은 호텔에서 근무하는 스티브라는 탐정이 등장한다. 킹 레오파디라는 트럼펫 연주자가 호텔 8층에서 난동을 부린다. 스티브가 본 광경은 이미 난봉꾼 그자체로 여자를 끌어안고 댄스 삼매경이다. 규율로 제지하려는 사람에게 바로 총부림을 하는 것 부터가 무척 살벌하다. 그런데 설상가상 스티브는 호텔에서 짤리기까지 한다. 결과적으로는 호텔 8층에 비밀이 숨어있긴 한데, 그것과 별개로 복수극이었다는 설정이 나온다.
그리고, 두 번째로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결말 때문에 기드 모파상의 <진주 목걸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사라진 진주 목걸이>이다. 펜러독 부인이 금혼식 기념으로 받은 분홍 진주 49개로 이루어진 목걸이가 사라져 버렸다. 여기에서는 월터라는 탐정이 등장한다. 모파상은 진짜인줄 알았던 목걸이를 잃어버린 설정이고, 챈들러는 진짜를 받았지만 대공황의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팔고, 200달러짜리 모조품을 만들었다는 설정이다. 월터의 서동요같은 트릭으로 인해서 나중에는 이 목걸이가 5만달러의 몸값을 제시당하기까지 한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인물간의 밀고당기기가 재미있게 그려져 있는 작품이라서 제일 재미이었던 것 같다. 역시나 생각외의 사람이 범인이라서 그런 것도 있다.
마지막으로 호텔방의 여자는 호텔 경비원인 토니가 크레시양과 얽혀서 힘들게 되는 그런 얘기다. 형인 알과도 서로다른 목적으로 얽히게 된다. 여주가 인생이란 한번뿐인데 수많은 실수를 하며 산다는 대사가 복선처럼 느껴졌다. 도와준 것 뿐인데, 그것의 나비효과가 이다지도 참혹할줄이야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실린 작품들 중 제일 짧은 작품인데 순간의 선택이랄지 나비효과에 대한 생각이 오래 남았다.
추리소설이나 범죄소설을 읽으면, 내가 앞으로 결코 행하지 않을 일들에 대해서도 그런 일을 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한번 씩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읽으면서 미국은 진짜 예전에 이랬을까, 지금도 무장의 자유가 허락된 나라니까 이런 일에 휘말일 일이 생기지 않을까 괜한 상상을 해보게 되었다. 날씨가 매우 춥지만 비정함과 서늘한 이야기들을 좋아한다면 챈들러의 추리소설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