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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생활자와 독립불능자의 동거 라이프 - 페미니스트 엄마와 (아직은) 비혼주의자 딸의 자력갱생 프로젝트 : Flower Edition ㅣ 그래도봄 플라워 에디션 1
권혁란 지음 / 그래도봄 / 2021년 11월
평점 :

엄마와 딸 이야기 : 가출생활자와 독립불능자의 동거라이프 - 권혁란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엄마와 딸 이야기라도 어느 집이냐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을 해보았다. 버지니아 울프처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해서 집을 리모델링 하는 이야기가 나의 경우에는 제일 신기했던 것 같다. 늘 부모님이 안방을 공동으로 사용하시는 것을 디폴트로 생각했기에 그런 것 같다. 집을 올수리 하면서 겪어내는 이사이야기와 하대하는 직원과의 실랑이는 내가 그 일을 겪은 것 마냥 생생하게 느껴졌다. 수리비도 각자 각출해내고, 서로의 공간을 존중해준다는 것이 생경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합리적인 것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 했다. 아마 있으면 좋으리란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는 집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 거다.
저자는 결혼해서 해외에서 봉사도 하고, 여러 군데 (그것도 탄자니아, 스리랑카, 치앙마이까지 다양하다)에서 자유롭게 살면서 지냈다고 한다. 거기에 개인사로 남편과 헤어지기로 했었다는 이야기까지 실려 있다. 그러면서 제목인 가출생활자가 된 계기나 횟수까지 적혀있다. 아마도 내가 그 집에 살고 있는 자녀라면 어땠을까와 동시에 내가 저자처럼 집이 곤혹스러운 곳이 된다면 어땠을까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멀리서 남들이 보기에는 속편하게 자유로움을 택한 것 같았어도, 실제로는 안온함을 그리워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다복하게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났는데, 나도 참 그런 생활을 원하면서도 지금의 내가 나는 좋다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다. 어떤 사람이건 그 자리를 대치시켜 본다 한들 각자의 삶의 무게가 있으니까.
저자가 살아낸 인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나의 어머니와의 경험에 견주지 않을 수 없었다. 늘 아침잠이 많은 나를 깨워주시던 모습과 저자처럼 자기인생은 자기가 책임져야지 하는 모토로 일관하셨더라면 어땠을까도 상상해 보았다. 물론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전적으로 알아서 하라는 방식이시긴 했지만 말이다. 나는 물론 헌신적인 어머니께 감사하고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다들 사랑의 표현도 다양하고,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아닌 것 그리고 시간을 낼 수 있음과 없음의 차이도 있었겠지 싶다. 늘 맞벌이셨어서 바쁜 부모님을 봐야만 했던 옛생각도 나더라.
저자가 어린 자기의 모습을 모티브로 해서 썼던 소설에 대해서도 엄마의 이야기가 슬프게 그려지는 것이 안타까웠다는 것이 이 에세이의 다른집들과 다른 특이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어머니는 필경 나를 찾는 시간을 그 글로써 이뤘을 것인데, 녹아져있는 부분은 가족에게 슬픔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든다. 나를 위해 그리고 커리어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가족의 행복이 침해된다고 하면 포기할 수도 있는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 (그럴 일이 나는 별로 없는데도) 같이 고민해보게 되었다. 나라면 그래도 도전해볼 것 같은데, 아무래도 자녀가 없다보니 그 부분까지는 헤아리기가 힘든 것 같다.
어느 집이나 각양각색이고, 늘 자녀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단란했던 한때를 추억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은 나를 위해 사는 어머니의 독특한 이야기여서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