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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당신의 시간을 헤아리며
김기화 지음 / 북나비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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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당신의 시간을 헤아리며 - 김기화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작가의 수필집은 걷기와 어머니 그리고 가을과 사라지는 것이라는 네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걷기 파트에서는 나도 산천초목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훨씬더 모르는 풀들과 이야기들을 알게 되었다. 매 에피소드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식물(혹은 주제어)의 그림이 있는데, 책을 보면서도 그 사연의 식물들을 바로 유추할 수 있어서 좋았다. 불두화가 나오는 이야기에서는, 늘 비슷한 하얀 꽃을 보면 으레 수국이겠거니 했는데, 수국과 닮은 꽃이 불두화더라.(호기심이 가서 찾아보니 불두화의 잎은 아이비처럼 삼각뿔형, 수국은 깻잎형이다) 친구들과 2년에 한 번 만나기로 한 모임이 앞으로 따지면 10번도 채 남지 않은 것 같아서 해마다 만나기로 했다는 에피소드를 보고 나서는 나도 친하게 지낸 고교동창생들과 약속을 잡았다. 늘 이번에, 다음에, 일이 있어서 그러면서 미뤄뒀던 일을 바로 해낸 것이다. 이렇게 조심해야 하는 시기이긴 하지만, 그럴수록 그리웠던 사람들을 만나고 싶긴 하다(벌써 2년이나 억지로 참고있으니)
그리고, 가을 파트에서는 내가 휴가 때 자주 가던 황룡사지터 이야기가 나와서 그곳을 생각하며 읽었다. 내가 다녀온지도 언 5년이 넘었는데, 그때도 어떻게 복원할꺼다 하는 이야기가 말이 많았는데, 분황사와 동궁과 월지 사이에 내 기억속의 그곳이 어떻게 바뀔지 한번 다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빠르게 하는 복원사업에는 나도 찬성하지는 않는다. 석굴암도 무령왕릉도 진짜 무자비한 발굴과 해체가 있었던 것으로 알기에 조금 느릿하게 세대를 걸쳐 해도 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한다.
시어머니댁의 감나무 에피소드에서는 마당에 집집마다 있던 감나무나 라일락이나 옛 동네의 정취를 기억할 수 있는 에피소드여서 좋았다. 누가 심어서 키우고 기억하고, 남겨주고 하는 것들의 일련의 일들은 늘 이야기 거리가 된다. 우리집에도 그런 나무가 있긴 하다.(물론 시골집에)
마지막쯤에 놓인 할머니에 대한 에피소드와 어떤 할머니가 되어야겠다는 저자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나이를 먹되 나이를 잊는일은 아직은 잘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아직은 퍽 어려서일까) 그렇지만, 모두 나이는 먹어갈테고
원하는 이상향은 늘 있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