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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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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대상은 어디에나 존재함 :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 유미리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내가 유미리 작가를 처음 알게 된건, 일본의 최고 문학상이라 할 수 있는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가족시네마>라는 작품으로 1997년이다. 그때부터 엄청난 문학계의 떠들썩한 재일한국인의 수상이라는 이슈에 작가의 작품 여러편을 읽었고, 일문학도 꾸준히 읽게 된 것 같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2014년 작품으로 재출간된 작품이다. 2020년 미국에서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오래간만의 신작으로 만난(나의 경우) 작품 역시 침잠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여서 내가 가보았던 우에노 공원역의 인상과는 너무 달라서, 속으로 계속 그때의 풍광과 지금 묘사하는 이미지와 비교하며 읽었다. 주인공인 가즈는 지금은 노숙자로 살고 있지만 원래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20살도 안된 아들(고이치)이 갑자기 죽고, 떨어져 지냈지만 가족을 케어하던 부인(세쓰코)마저 죽고만다. 그로 인해 살아가야 하는 숨을 쉬어야 하는 이유조차 잃어버린 주인공은 집을 떠나 도쿄에서 노숙자의 신세로 살아가게 한다. 집이라는 고정된 일상이 아니라 나를 지우고 하나의 노숙인으로 무생물도 생물도 아닌 그런 신세로 자진해서 선택해버린 것이다. 가끔 무료식사로 연명하거나 알루미늄캔을 주워서 돈으로 소일거리를 하는 것 이외에는 만나는 사람도 거의 없는 공원의 유령이 되어버렸다. 그 와중 죽어라 죽어라 시위하는 것처럼 천막집조차 헐어서 옮겨야 하는 강제퇴거가 일어나게 된다. 그것도 수시로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천황의 행차 때문에 환경미화를 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살고있는 노숙인들을 스리슬쩍 밀어내기 하는 방식이었다. 정비한다는 시간 이후에 천막집을 쳤던 자리로 가면, 팻말이 세워져 있거나 안내문이 생겨버려서 자연스럽게 지냈던 터전을 잃게된다. 노숙자에게 길거리 집마저 빼앗기는 현실은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도시환경 정화와 약자에 대한 배려와 시민안전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생각해보게 되더라. 내가 잘가는 공원에 노숙인이 잔뜩 있다면 그것도 문제고, 이렇게 보이지 않는 손으로 조절하면 어딘가는 피해를 본다는 점을 작가는 드러내고 싶었던 것 같다. 가즈는 73세로 천황과 생일이 같으며, 고이치는 친왕과 같다. 같은 생일 같은 나이의 사람의 운명치고는 판이하게 다른 편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가즈의 말과 상황이 묘사되면서 곁가지로 사람들의 그냥 단순한 대화가 겹친다. 사람들은 여자친구 고민도, 오늘 뭐먹을지에 대한고민도, 그 옆에 그림자 같은 사람들이 있던지 말던지 간에 한다. 그렇게 보였던 가즈를 표현하는 방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더불어 사람들이 일상을 영위하는 동안에도 소외된 사람은 엄청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짐작케 하더라.
지금 현재 작가는 후쿠시마 근처에서 독립서점(풀하우스)을 운영하면서 후쿠시마 사람들을 인터뷰 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본인도 소외되는 약자의 편에 있어서 궤를 같이하는 이 일을 지속하고 있다고 하면서. 앞으로도 남들은 들여다봐주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외쳐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