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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뱀과 소녀를 ㅣ 시인동네 시인선 159
권순자 지음 / 시인동네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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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뱀과 소녀를 - 권순자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타이틀작인 <소년과 뱀과 소녀를>을 여러번 읽고 느낀점은 아마도 선악과의 풍경을 다르게 보고자 한 것 같은 생각을 받았다. 소년은 겁이 없고 소녀는 겁이 있고, 더 검어진 눈동자라 함은 욕망이 생겨난 게 아닐까 생각한다.
타이틀작 이외에도 나는 <유목의 시대>와 요새 즐겨먹었던 참치캔의 참치가 절규하는 것 같은 <통조림 속의 잠> 그리고, 이와 연계한 느낌을 주는 <봄밤 한 접시 >였다. 통조림 속에 영면하게된 존재와 살아있었지만 누군가의 저녁회한접시 메뉴가 되는 생명체의 아이러니함을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다.
<유목의 시대>에서는 첫 행 나는 날마다 가출하고 날마다 귀가했다. 라는 일기로 써도 매일매일의 반복의 일상일 뿐인데 외출이 아니라 가출이라는 시어 하나로 일탈했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탕아같은 느낌이 잘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랑이 넘쳐나 집착이 질겨서 넌덜머리가 났다는 말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과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시라고 생각했다.
2부에서는 <얼음꽃>의 2연 전체
죽도록 붙어서 짧은 인연 애달파라
기다려줘
작은 알갱이로 잠깐만 빛날게
라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당신이라는 표면에 잠시 녹아내릴게 분명하지만 붙어서 반짝이고 싶어하는 그 작은 물질의 애절함을 잘 설명하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에 나는 작고 소멸하는 존재이지만 녹지 않은 사랑이 되고싶었다는 발현에서 이 마음의 안타까움이 녹진하게 묻어났다.
그리고, 서정적인 <당신과 머물던 섬에도 비 내리고 있을까요> 이다.
내게는 당신이 섬이고, 물결치고 다가가 해안선을 공유한다는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봤다. 뭔가 깨어지지 않는 에고가 그 섬이고, 그 옆에서 교집합의 바운더리를 넓혔다 줄였다, 그렇지만 멀어지지는 않고 보듬어주는 품고있는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섬이라는 표현도 멀고, 나와는 다르고, 곁을 내어주지 않는 인상인데, 그에반해 나는 당신의 곁에 바닷물처럼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조금 슬픈 느낌의 시였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물들에 관한 감정이입이 신선한 시로 다가왔다.
그리고, 자연이나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아우름이 드러난 시집이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