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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의 쓸모 - 삶에 허기진 당신을 위한 위로의 밥상
서지현 지음 / 허들링북스 / 202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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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소중하게 대접하기 : 허기의 쓸모 - 서지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여름휴가에 뭘 하며 보낼까 하다가 첫 날에 건강검진 일정을 잡아두었다. 2년 전보다는 좋은 수치를 만들기 위해서 30일 동안 출근 전에 등산을 하는 기염을 토했는데, 먹는 것도 엄청나게 제한식이를 하다 보니 한 달을 다 채워갈때쯤 6키로를 감량했지만 면역력을 잃어버렸다. 그 뒤로 면역력 저하로 바로 보양식을 찾아 챙겨 먹이기를 수 개월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와 버렸다. 뜻하지 않게 다이어트 고백을 해버렸지만, 아프거나 컨디션의 난조가 있으면 곧 저녁에 어떤 음식으로 나를 잘 거둬먹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나 뿐만은 아니리라. 좋은 식사는 살아갈 힘의 원천이 된다는 작가의 말에 적극 동의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찾아가서 먹는 보양식 뿐 만이 아니라 매일매일 집밥먹기에 돌입했다. 완전히 건강식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요리를 해서 먹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신선식품을 사용해 요리를 하는 과정을 통하고 있다.
책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음식에 대한 에피소드에 대해 많이 공감했다. 학교를 다닐 때 급식 세대가 아니었어서 도시락을 2개 싸다니면서 저녁을 먹을 때쯤 반쯤 식어버린 도시락을 마주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추억의 신림동 망개떡 아저씨에 대한 내용은 나와 작가님이 공유하는 기억이 아닌가 싶은데, 2015년까지도 망개떡 아저씨의 목청은 여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크고, 정말 또렷하게 들렸었다) 가끔씩 그 소리를 듣고 뛰쳐나가 봐도 망개떡 아저씨는 만날 수가 없었다. 정말 그 울림통은 들어본 사람들만 공감할 것이다. 몸에 좋은 망개떡을 드셔서 그런가... 그리고 쌀쌀한 가을이 되면 청국장이 생각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청국장을 띄우는 집에서 나고 자란 작가의 청국장 사랑이 나도 많이 공감되더라. 청국장에서는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다.청국장은 사랑이다 그냥 말갛게 끓여도 김치와 함께 끓여도, 고춧가루를 팍팍 넣고 끓여도 어떻게 먹어도 청국장은 뚝심이 있다. 뭉근하고 그러면서도 존재감을 팍팍 뽐낸다. 다음날 쾌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먹거리이다.
작가처럼 어린 자녀가 있어서 성장기 아이들을 위한 영양가 있는 밥상을 고민해야 하는 주부는 아니지만, 부엌에 서서 내가 오늘 수고한 나를 위한 한 상을 차릴 때 만큼은 유명 쉐프 같은 자부심으로 열심을 갈아 넣고 있다. 그렇게 뚝딱 국과 반찬 몇 가지를 만들어 냈을 때 만큼 내가 어른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돈은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벌고있지만, 요리를 했을 때 부쩍 어른다워진 느낌이 든다. 최근에는 꼭 손님이 왔을 때 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밥상을 차릴 때 손님온것처럼 행동해보라는 말을 듣고 정말 머그컵을 싹 치우고 손님상에 내던 크리스탈 잔에 물을 마시고 있다. 정말 쉬운 방법인데 좋은 식기에 정성들인 음식 한 접시면 나를 위한 위로가 되더라. 언제까지 바쁜 이 삶에서 매끼 니는 그리할 수 없을 테지만, 적어도 주말 한 두끼 정도는 계속하지 않을까. 나를 위한 작고 소중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