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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 폴로어 25만 명의 신종 대여 서비스!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지음, 김수현 옮김 / 미메시스 / 202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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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나의 일 (존재급여의 나) :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 렌털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렌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하 렌털인이라고 하자)의 일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은 참 기상천외한 서비스가 많은 듯한데, 있는 듯 없는 듯하게 한사람의 몫을 해야할 일이 있다면 교통비만 받고 그 일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 (교통비는 왕복 교통비이며 <중요> 본인은 자선사업가가 아니라 수고비를 주면 마다하지는 않는다고. 전자화폐나 스벅카드 대신 500엔이라도 현금을 더 선호하는 자본주의의 사람이다.) 트위터에서 활동하며 주로 의뢰도 트위터로 받고 있는 듯하다. 이 책도 렌털인은 인터뷰에 응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돈을 받지 않고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나눠주는 게 자원봉사와 다를 게 뭔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글을 쓰는 사람이므로 간접경험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얻는다는 장점이 있다. 렌털인은 예전 회사생활에서 상사가 너는 진짜 있는 듯 없는 듯 하냐! 라는 말을 듣고 나서 회사생활에서 벗어난 후, 자신의 존재이유와 사람이면 응당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보통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사람들이 제일 많고, 거기에 아주 간소한 응답만을 해주는 렌털인이다. 자기를 잘 알거나 해답을 내놓으려고 하는 사람 말고, 그냥 묵묵히 들어주기만 하는 사람을 원하는 사람들을 보면, 임금님귀는 당나귀 귀의 대나무 숲이 생각났다. 모르는 타인과의 채팅이나 글쓰기 등으로 해소해 볼 수도 있겠지만, 역시 사람의 일은 사람에게 털어놓는게 제일 해소되었다는 느낌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미있게도 역설적으로 렌털인의 반대급부로 뭐든지 다해드립니다의 렌털서비스도 생겼었는데, 일용직급으로 부려먹기만 해서 금세 사라졌다고 한다. 책의 중간에 렌털인의 하루를 사진으로 보여주는 장이 있었는데, 철봉연습을 하는 나를 지켜봐달라거나 하는 귀여운 의뢰도 있었다. 같이 공연장에 가달라, 이혼서류를 제출하는데 같이가달라, 공항에 마중을 나와달라, 도쿄를 떠나 이사하는데 배웅을 해달라 등등 책에 소개된 에피소드는 끝이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읽는 초반부터 아무리 트위터라 해도 불특정 다수를 이렇게 만나면 범죄에 노출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되었는데, 살인을 저질렀던 사람을 만났던 에피소드는 모골이 송연했다. (걱정마시라 렌탈인은 무사했다) 책이 발간된 이후 아직도 렌탈서비스를 계속하는지 궁금해서 트위터에 들어가봤는데, 여전히 렌탈서비스는 성업중이다. 기계가 대채할 수 없은 1인의 가치는 여전히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은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