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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계의 모든 말 - 둘의 언어로 쓴 독서 교환 편지
김이슬.하현 지음 / 카멜북스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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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과 현의 독서 교환 편지 : 우리 세계의 모든 말 -김이슬, 하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브런치북 대상을 받은 책들을 좋아해서 많이 읽는 편이다. 이번이 아마 한 10권째 정도 되는 브런치북 대상의 글이고, 작가가 두 명인 첫 번째 책이 될 것 같다. 인스타 디엠으로 연이 되어 만나고, 책에 대해 이야기 하는 (그리고 그 와중에 각자 작가의 생활과 가치관이 녹아있는) 책이었다. 나름 최근 다독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각 편지의 앞머리에 기재되어 있는 제목과 내용을 연결지을 때 딱 떠올랐던 건 <피프티 피플> 뿐이었다. 각 책에 대한 인용구가 각 편지에 빠짐없이 등장하기에, 아마도 기재된 책의 내용을 알거나 접해봤을 독자라면 조금 더 각 편지의 이야기에 공감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나는 고백컨대 들어본 제목이 1권밖에 없어서, 인용구나 작가들이 갈무리 해준 줄거리나 해석을 통해서 그 필터를 벗 삼아 읽고 싶은 책들을 역으로 추천받는 기분으로 읽었다. 책의 내용이 서신이다 보니, 학창시절 친한 친구들이 하는 교환일기를 내가 몰래 엿보는 기분이 들었다. 내용은 유년 시절 부터, 지금의 감정,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 현재 좋아하는 것, 별명 등등으로 다채롭다. 30이 막 시작된 작가들의 20대의 치열했던 모습, 현재 작가로서 고군분투 하는 모습도 그려진다. 등장했던 책중에 제일 먼저 읽기로 찜해둔 건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이다. 이름의 돌림자에 관련된 여자로서의 이름, 항렬, 그리고 개명에 대해 다룬 하현 작가의 글이다. 작가님이 무난히 항렬자를 피해서 부여받은 이름의 그 징그러움을 견디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뭔가 같은 핏줄이면서도, 나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서 나온 결과물이란 느낌을 제법 빠르게 공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슬 작가의 <아껴서 잘살자>라는 편지에서 어머니인 순자씨와 초봄에 7천원밖에 나오지 않은 가스비와. 그런 궁상스럼이 몸에 베어버린 자신을 바라보는 작가의 내면도 잘 이해가 갔다. 계속적으로 어머니와의 에피소드는 나오는데, 원래 가족이란 것은 이해가 안간다고 도리질을 쳐도 피속에 그 끈적한 무엇인가가 이어져 내려와 벗어나고픈 점도 닮게 되어버리는 그런 것이 아니던가 생각한다.
책의 초반에는 몰랑몰랑하게, 둘이 알게된 계기, 서로의 별명을 불러주며 각별한 사이가 된 이야기, 서로 좋아하는 것을 알려주고, 내밀한 나라는 인간을 한꺼풀씩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기자기했다. 나도 언젠가 새로 사귀게 된 친구에게 너는 나를 어떻게 견뎠어? 하고 물어볼 날이 올까. 아니면 이런 인스턴트나 직장동료 정도로 밖에 만나는 사람이 없는 건조한 인간관계에 어쩜 이사람은 내마음을 잘알지? 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