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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물에 들기 전 무릎을 꿇는다 - 김정숙 시집
김정숙 지음 / 책나물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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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딸이 만든 엄마의 시집 : 햇살은 물에 들기 전 무릎을 꿇는다 - 김정숙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뽀얗고 예쁜 시집을 읽었다. 나의 어머니가 시인으로 등단해서 수십년간 엮어온 시집을 발간할 때의 마음이 어떨까를 상상해 보았다. 무광으로 흰색의 단단한 양장본으로 만든 것도 아마 작가와 편집자의 의도를 잘 반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책장에 있더라도 눈에 잘 띌 수 있는 색상이다. 그리고, 약간 큰글자 도서는 아니지만, 기존 시집이나 책에 비해서 조금 폰트가 큰 편이 책의 특이점이라 하겠다.
마음에 들었던 시 여러편을 나만의 감상으로 해석해보려고 한다.
처음으로 와닿았던 시는 <쓰레기>라는 시였는데,
밟힐수록 파닥거리며
꼭꼭 눌러도 꺾이지 않을
날개를 달고
거리에 나선다
녹록지 않은 삶 속에서
간간이 묻어나는
역한 비린내 얼른 털고
바람으로 온몸을 헹군다
아침을 열고 떠나야 하는 길모퉁이
달리는 차에도 겁 없이 올라탄다
다져질 대로 다져진
서글픔은 이미
먼지기 되어 부서져 내렸고
새로운 생성을 위하여
사력을 향해 달려본다
작가는 쓰레기라는 사물의 관점에서 시를 쓰셨겠지만, 1연부터 4연까지의 내용은 버려진 오물이 아니라 현대인의 아침을 여는 모습과 비슷해서 내 처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아침에 일어나면, 책임감이라는 날개를 달고 출근준비를 한다. 비린내든 분냄새든 열심히 찍어바르고, (꾸밈노동이든 사회적예의든) 사회인의 한사람 한 회사의 부속품이 되려고 한다. 그리고, 달리는 차에 겁 없이 올라탄다는 구절도 마음에 들었다. 휙 하고 몸을 싣는 것도 내 의사와 반하지만 할 수 없이 하는 것이기에. 사력을 향해 달려보는 하루의 시작.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직지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숲의 잠상>도 읽어보았다. 시어들이 좀 어려운 편이라 나에게는 좀 어려운 느낌이었다. 다른 직관적인 좋은 시들도 많았기에, 이것은 좀 더 아껴두기로. <가을 밤비에 젖다 1>의 경우에도 언어유희를 사용한 시어의 운율감이 돋보였던 것 같다. 4부의 제목이자 <가을 밤비에 젖다 1>의 표현인 내가 한낮일 때 당신은 저녁이었지요. 라는 싯구도 사랑의 온도차나 시기차이에 대한 대입이 될 거 같아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개망초>라는 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계란꽃의 이미지를 그리며 읽어볼 수 있는 시여서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