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은 엇나가야 제맛
서귤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6월
평점 :

좋아하는 것을 필명으로 그치만, : 인생은 엇나가야 제맛 - 서귤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인스타에서 정신과 치료일기를 올리실때부터 애정하던 서귤작가님의 새 책이 나왔다. (정신과 일기는 판타스틱 우울백서라는 책이 되어서 세상에 나왔음) 이번엔 인생의 다양한 분야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사건들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를 하셨더라. 귀여운 서귤 캐릭터와 이야기의 마무리마다 4컷 만화가 2편 실려 있다. (요새는 짧은 인스타툰이 많이 흥하는 듯) 여전히 서귤은 솔직하고, 솔직하다. 이제는 회사에서도 작가가 되어버렸고, 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회사생활을 열심히 하고계신다고. 우울증 환자가 5년이나 더 근속하고 12년째 대리를 달고 있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성실하고, 재기 넘치시는 분인지 알 것 같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소시민인 나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특히, 집으로 귀가하는 도중 미친놈이 쫒아와서 이후 모든 사람에게 필터를 씌우고 봤다는 이야기는, 많은 여성독자가 공감할것이라 생각된다. 이런 경험 하나 때문에 진짜 주머니 속에 송곳을 넣어두고 (실제든! 아니든!) 찔리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마음에 상처를 입고, 상처가 흉터가 된다.
이외에도 최소 인간임을 유지시켜주는 대화량이라든지, 상상력이 풍부한 꼭지도 있었다. 나는 파워 집순이라서 솔직히 식료품만 있다면 2주 이상 칩거해도, 아무와 말을 섞지 않아도 괜찮다. 더 장기간은 1년 이상도 해보았기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음. 요새 코로나블루로 외향적인 사람들은 되려 답답할 수 있겠구나 역지사지 해볼 수 있었다. 청첩장을 안 받으면 서운하다는 이야기에서는 비슷한 성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의 조우와 서로 배려라는 마음으로 초대받지 못 한자가 된 그런 사연도 실려 있다. 요새 장난으로 친구 없는 사람들이 결혼하기 제일 좋은 시기라는 말이 있는데, 이런 시즌과도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나만 아는 노래인줄 알았는데, 숨듣명이 아니라 파워인싸곡이였다는 꼭지도 나는 정말 유명한 서양과일차트 탑10도 겨우 듣는사람이라, 홍대피플의 부심을 느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취향을 드러낸다는게, 부심을 가진다는게 다양한 지적, 감정적 채움을 준다는 것이리라. 서귤작가님의 그림일기를 모르더라도, 솔직한 에세이만으로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만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