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헤엄치기
토마시 예드로프스키 지음, 백지민 옮김 / 푸른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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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폴란드와 소년들 : 어둠속에서 헤엄치기 - 토마시 에드로프스키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퀴어소설이라고 이 소설을 물어본다면 맞다고 말하겠다. 한 소년이 한 소년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았다. 그렇지만, 단순한 퀴어소설이냐고 묻는다면 폴란드의 전후 시대상과 체제와 그 시절 사람들의 고민이 너무 잘 드러나있어서 <단순히> 퀴어소설 이라고는 하지 못하겠다. 책장을 열어서는 폴란드에 계엄령이 선포되고, 사람들은 식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배급 줄을 선다. 독일령이었다가 폴란드가 된 마을도 있고, 폴란드였는데 러시아가 된 마을도 있다. 그에 따라 사람들은 이리 저리 흩어졌다. 주인공인 루드비크는 9살 때 유대인 소년을 좋아했지만, 그 친구가 이스라엘로 떠나버린 경험이 있다. 남자아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은 시기가 그때쯤이다. 이후 대학 막학기때 강제로 노역해야 하는 노동봉사에서 야누시를 만난다. 좋아하게 되고, 같이 자는 사이가 된다. (혹시라도 퀴어소설에 거부감을 갖으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은근히 표현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둔다) 같이 호숫가에서 수영을 하고 둘만의 밀회의 시간을 갖는다. 아마 책 표지에서처럼 호수의 푸른물에서 둘만의 보금자리가 형성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서로 사랑하게된 야누시와 루드비크는 여러 가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의견이 안맞기도 한다. 체제 안에서 성공하고 싶은 야누시, 남들에게 이성애자로 보이기로 결심한다. 그 안에 결혼도 포함 되어있는 것. 루드비크는 할머니가 들려준 서방세계의 라디오처럼 동성애자인 나를 폴란드에 두는 것보다는 떠나고 싶어하는 쪽이다. 주인공이 여권을 얻을 무렵 다방면으로 감시하는 체제의 정보력에 놀랐다. 이후 많은 관계의 전환점이 되는 주말파티(양귀비 줄기로 끓인 마녀스프)에서 그 방탕함의 스케일에 또 놀랐지만. 중반까지는 잔잔하면서 큰 사건 없이 흐르다가 마지막에 감정의 폭발들이 많이 그려져서 종반을 더 재미있게 읽었다. 루드비크의 고뇌에 대해 고민하게 되면서도, 결국은 여권을 얻기위해 굴종해야 했을 그를 생각하면 안타깝다. 폴란드에 근대에 대해 잘 몰랐는데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이 많아서 그 부분에 무척 공감하며 읽었다. 퀴어소설과 근대 유럽사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마지막 반전이라면, 작가님의 남편 얘기에 마지막 깜짝선물 !

 

나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되어 어디 다른 도시에서 무사태평하고도 고상한 인생을 영위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p.217

 

나는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에 왔고 나의 고독은 내버려두고 오겠다고 작심했으니까. 미국은 그런 면에서 좋다. 내버려두고 오겠다는 말이 사실이 아닐지언정, 영영 과거를 온전히 떨쳐낼 수 없을지언정 여기서는 아무도 그것을 일깨워 주지 않을테니까. 그래서 훨씬 쉬워진다. 스스로를 속이기가 쉬워진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라면 그게 무슨 느낌인지 잘 알테다.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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