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마주친 한 편의 시
이병초 지음 / 형설미래교육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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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시부터 현대시까지 : 우연히 마주한 한 편의 시 - 이병초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보통 산문을 읽게 되기에 5권 정도 독서를 하면 한 권 정도는 시집을 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시집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시나 시인을 만나기도 하고, 검색하다가 시낭송을 듣다가 해당 시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엮음집에서도 전문이나 부분을 통해 다양한 시인을 만났고 시의 스펙트럼이 넓어져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1920년대 30년대의 근대시부터 현역 시인들의 시까지 폭넓게 엮은 이 책은 시뿐만 아니라 저자가 비평과 감상을 같이 실어놓아서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 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의 초반에는 학창시절에 배웠던 김영랑, 백석 등의 시들도 실려있어서 국어시간의 시어와 관념을 매치하는 느낌을 되살려 볼 수 있었다. 1편에서는 이규리의 <와리바시라는 이름>의 시를 읽으며 나름 충격을 받았다. 작가는 나무젓가락 즉 와리바시와 사타구니 사이에 여자라는 상징이 있다는 진술은 직관력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라고 말하고 있다. 여성 신체의 특수성을 시의 정면에 문제의식은 단순한 피해 의식을 지나, 해방 즉 완전 자유의 듯이 배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성 중심 사회의 철폐를 원한다기 보다 남성과 구별됨이 없는 한 인간의 독립과 자율을 더 요구하는 것으로 읽힌다고 한다.

 

충격받은 시구절을 옮겨보자면,

 

와리바시와 사타구니 사이

여자라는 상징이 있다

벌린다는 것, 좋든 싫든 벌려야 하는

그런 구조가 있다

 

라는 부분인데,

젓가락과 사타구니를 연관시킨 부분과 서사가 충격적 이었달까. 물론 시의 전문에는 젓가락의 저항이나, 말못하는 다리의 저항 이라는 부분이 등장한다. 그렇지만 첫 소절의 발상이 너무 머리를 탁 하고 때린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새로 알게된 이정록 시인의 시와 이야기도 재미있게 들었다. 시가 재미있네, 기지가 넘치네 하는 생각은 아주 가끔 들기 마련인데, 이정록 시인의 시는 한 여성의 서사가 담겨있지만 자화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와 보편성이 있었다. 이 시를 쓰면서 시를 안 읽는 사람들의 생각을 깨버리려 했다(이렇게 써도 안 읽을 것이냐?)고 하니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당 시는 <참 빨랐지 그 양반> 이라는 시이다. 해설이 실린 이 책이 아니었다면 시인의 작화 의도는 몰랐을 것이라 그 부분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시인의 시집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다음 시집으로 점찍어 두었다. 김종해의 <바람 부는 날 >의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이라는 시구도 마음에 와 닿는다.

작가의 말처럼 시가 무엇인지 나도 명쾌하게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시에 빠질 수는 있다. 시구절의 뜻에 얽매이지 않고, 무슨 말인지 몰라도 시구절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자기만의 정서적 결을 탄다는 것 그말에 무릎을 쳤다. 갑자기 시가 내 안으로 들어와 나와 시와 함께하게 되는 것이 시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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