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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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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하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작가는 어느 맑은날 약속이 취소될 경우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가는 내향형 인간이라고 밝히며 다양한 소회들을 책에 담았다. 그 중 김필준과 곽두팔이 기억에 남는다. 혼자사는 남자는 절대 알 수 없지만 혼자 사는 여자들은 대충 어떤이야기인지 이름만 들어서도 느낌이 팍 올 것이다. 내 친구와 나도 곽두팔 같은 이름을 고민했고, 저자처럼 네임드가 된 곽두팔은 쓸 수 없어서 각자의 패밀리 네임에 적당히 촌스러우면서도 주변에 있을법한 그런 이름을 붙여서 쓰고 있다. 갑자기 품절전화 등으로 김만수(가명)씨를 찾을 경우 내가 통화하면 조금 멋쩍긴 하지만, 나름대로 한겹 나를 방어하고 있다는 생각에 계속 사용하고 있다.(상대방은 조금 속으로 웃었을까...그래도 할 수 없다) 전화번호는 노출될지언정 내 실명은 밝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랄까. 그러고 보면 나도 몇주동안 집밖에 나가지 않아도 전혀 아무렇지 않은 파워 내향형 인간이다 보니 비슷한 결의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서 공감하며 읽었다.
연막탄이라는 챕터를 읽을 때는 연막탄을 뿌리게 된 이유와는 별개로 즐거운 추억을 기억하는 작가였다면 좋았겠지만, 역시 본질을 흐리는 즐거움은 나중에 삶으로 돌아왔을 때 씁쓸함이 감돈다는 것 그런 느낌으로 읽었다. 그러나 저러나 세스코 만세다. 벌레는 여전히 참기 힘드니까.
그리고, 혼자 사는 사람이 침구에 예민하게 되는 건 비슷한 것 같다. 정확히 집의 전체적인 부분을 다 오늘의집 추천처럼 꾸며놓고 살기는 힘들지만 침대라는 성역 정도는 충분히 컨트롤 가능하기 때문이다. 꽃무늬 이불을 좋아하지만 인테리어를 위해 베이지에서 호텔화이트 침구까지 다 바꿔본 열성인으로서 역시 공감하며 읽었다. 관리는 힘들지만, 호텔같은 (방)뷰는 역시 호텔에서 이루는게 속편하지만 하얀 침구는 포기하기 힘들다. 생리까지 겹치면 더더욱. 여름이 되었으니 이제 올화이트 냉감이불을 찾아 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샤브샤브 친구의 조건을 읽으며 어느정도 템포를 맞추면서, 잔소리를 하지 않고, 먹는 밸런스도 잘 맞춰지는 무난한 사람의 파트너가 되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보다 먹는데서 인성이 드러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나랑 결이 비슷한 작가의 생각들을 읽으며 내향형의 사람도 충분히 드러나지는 않고, 같이 만나지는 않지만, 비슷한 생각들을 하며 사는 구나 느껴서 좋았다. 작가의 말처럼 나도 소확행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데,(얼추 비슷한 이유로) 여성들이 소확행 마케팅같은 일시적이고, 소비적인 행태에서 벗어나 대확행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실내형 인간이라도, 내향형 인간이라도 꿈은 크게 갖고 이루도록 해야한다. 겉으로 보기엔 사부작거리는 것 같아도 꿈은 크게, 그게 내 모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