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 있었냐고 묻기에 - 김이수 시집
김이수 지음 / 책익는마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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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어루만짐의 시어 : 무슨 일 있었냐고 묻기에 - 김이수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김이수 시인의 < 무슨 일 있었냐고 묻기에 >를 읽었다. 책을 만난 첫인상은 흔히 보던 시집과는 달리 두툼하고, 무려 양장이고, 달과 안개꽃을 저멀리서 바라보는 시인이 담겨있는 나름 위트 있는 표지였다. 그래서 시의 내용도 톡톡 튈까 생각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온도의 서정적인 시어로 이루어진 시들이 가득 차있었다. 개인적으로 올 봄에 읽은 시집들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든다. 그래서 시인의 전 작품인 <흰 아침, 산이 전하는 말>도 관심이 가더라. 다음 번에 읽어볼 생각이다. 나름 전작과 최신작을 모두 읽으면 시인의 나이듦에 따라 변화하는 감정도 읽어볼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두꺼운 시집에 다른 시집보다는 두배는 더 많은 시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고, 카테고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루어져 있어서 계절별로만 읽어도 좋고, 좋아하는 계절만 읽어도 좋고, 시간의 흐름대로 혹은 역순으로 읽는 재미도 좋았다.

그리고 이 시집도 디카시집으로 봐도 좋을지 잘은 모르겠지만, 시인의 친구가 촬영해준 사진들로 많은 페이지가 채워져 있는데, 꽃들(유채, 꽃창포, 게발선인장, 벚꽃 등등), 잉어들, 여러 가지 사물들 꽤나 감각적인 사진들로 채워져 있어서 시를 읽는 동안 계절감을 눈으로 담을 수 도 있어서 좋았던 점이다. (사진 -문승선. 시인의 말을 빌어 그의 사진은 그냥 시다. 라고 하는데 동감한다) 시는 아픈 물음이라서 첫 시집 이후로도 자꾸 쌓여 두 번째 내신다는데, 앞으로 더욱 더 여러 권 내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온도의 서정성과 시어의 표현들이 많아서 진짜 좋았다. 약간 이 시집의 느낌이 나태주 시인의 모음집과 비슷한 느낌인데 조금 더 젊고, 조금 더 긴 느낌이다. 표현을 이렇게 밖에 할 수가 없어서 아쉽다.

 

마음에 들었던 시를 몇 편 적어 내려가며 서평을 마치려고 한다.

내안에 나부끼는 나의 깃발은 오늘 몇 번을 펄럭였을까. 잔잔한게 좋을까 아님 요동치는게 좋을까.

 

사랑

-김이수

 

다 보인다

아니 볼래도

다 보인다

눈 감아도

몸이 먼저 본다

사랑이다

 

 

 

사는 것

-김이수

 

기다려 탄 버스에서 내려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다

맞은편의 기다림들 보며

다들 기다리며 사는구나

사는 게 기다림이겠구나

 

나는 누군가를 기다려주고

누군가는 날 기다려주어

그리 기다림들 어우려져

비로소 한세상 사는구나

 

죽음이야 굳이 기다리지

않아도 절로 오는 것이니

사는 것만 기다릴 일이다

그 설렘으로 견딜 삶이다

 

비 기다려 한나절 가련가

하늘이 흐려 아련하구나

 

 

 

아침에게

 

-김이수

 

눈 덮인 숲길에 들면

오늘도 네가

한 걸음 먼저 와 있구나

 

 

네 덕분에

또 하루 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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